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반대 입장을 가시화했다. 이는 전날 보건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꾸려 현황 파악 및 치료·예방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돼 부처 간 엇박자가 예상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결정이다. 세계보건기구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2022년 세계보건기구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국내에 적용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임위원회를 열어 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국제 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8일 전체회의 보고를 앞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는 각 나라의 보건 행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5년마다 작성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이를 반영하게 된다. 이에 복지부는 문체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보건의료 전문가,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다음달 안에 꾸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는 복지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며 세계보건기구 전체회의 뒤인 29일 공식 브리핑을 열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전에도 이런 입장을 세계보건기구에 전달했으며,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9일 게임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같은 의견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문체부 문화산업국장을 지내며 게임산업 지원 실무를 맡았던 박 장관은 “게임은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