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직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임은정 부장검사가 고발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석하면서 공문서를 위조한 검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 “사건의 공범이자 최종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2016년 공문서위조 사건은 부산지검에서 알고 있다가 묵살한 사실이 소문나서 대검에서 직접 감찰했던 사안”이라며 “사표 처리는 검찰총장의 결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본인 일이 아님에도 검찰 고위 인사들을 고발한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은 관련자들이나 시민단체의 고소로 검찰이 이미 수사를 해서 검찰에서 더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검사의 직무유기에 대해 아직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직무유기 관련 1심 선고가 났는데, 검사만 직무유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어서, 명확히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짚어줄 단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검경수사권 논란과 관련해선 “시기적으로 공교로워서 부득이한 부분이 있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아서 직무유기로 고발당한 사항이지 않으냐. 검찰이 자초한 일이므로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며 “전관예우나 정치검찰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을 때 나오지 않은 목소리가 (지금에야 나오는데) 검찰 개혁 논의가 10~20년된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검찰이 정말 살아 있는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침묵하다가 이렇게 개혁이 논의돼서 검찰권 일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국민 운운하는 것은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국민들이 저희 검찰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이후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수사가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임 부장검사는 “고발인으로서의 불복 수단, 재정신청까지 검토하는 등 법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부산지검에서 동료들에게 들은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라 기록을 안 봤지만, 본 것과 진배없다”고 조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임 부장검사는 “1차 직무유기가 된 2015년 남부 성폭력 사건과 2016년 공문서위조 사건을 덮은 관련자들에 대한 사건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현 검찰총장 등) 2차 직무유기는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며 “5년 정도 각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윤아무개 검사가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알고도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지난달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부산지검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10월에야 윤 검사를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임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김수남 전 총장 등 피고발인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다음은 임 부장검사와의 일문일답.
―오늘 경찰 조사에서 중점적으로 말씀하실 내용이 무엇인가.
“2016년 부산지검에서 그리고 대검찰청 안에서 있었던 일에서 제가 들었던 내용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예정이다.”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발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게 우리 각 기관이 제식구 감싸기가 1~2년 된 문제가 아니다. 검찰개혁이 수십년 간 논의되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지난해부터 제가 2015년 남부 성폭력 사건 은폐했던 그 부분부터 시작해서 계속 대검 감찰 제보 시스템을 통해 계속 내부 자체개혁과 감찰과 처벌을 요구했었는데 묵살당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5월에 고발장 냈는데, 그것도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래서 떠밀려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 슬프다.”
―김수남 전 총장까지 혐의가 있다고 보시는 이유는 뭔가.
“부산지검에서 당시에 알고 있었다가 묵살을 해서 전국에 ‘부산지검이 너무하다’고 소문이 나서 대검 감찰에서 직접 감찰을 했던 사안이다. 근데 그걸 갖다가 사표 수리까지 해서 처리한 건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상황이라서 (김 전 총장이)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다.”
―이번 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보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
“그렇게 보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적으로 공교로워서 부득이하게 보는 건 있습니다만, 검찰에서 수사를 하지 않아서 직무유기로 고발당한 사안이다. 검찰에선 당연히 수사기관으로서 고발을 한 사건에 대해서 당연히 수사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경찰에선 수사해야 하니까 각자 해야 할 의무대로 수사하는 것이지 시기의 공교로움에 대해서는 검찰의 자충이니까 검찰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한 말씀 한다면.
“검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장식처럼 나오면서 국민을 위해서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전관예우나 유권무죄, 정치검찰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을 때 나오지 않은 목소리가 늘 이렇게 검찰개혁 논의가 10~20년 된 논의가 아니지 않은가. 정말 검찰이 살아있는 목소리가 필요할 때에는 침묵하다가 이렇게 개혁이 요구돼서 검찰권 일부를 내려놓을 때서야 비로소 국민을 (위한다는) 것은 좀 너무한 게 아닌가. 그래서 국민들이 검찰을 믿지 못하는 거 같다. 각 기관이 우리가 더 잘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스스로 안에서 고칠 것을 고치면서 개혁을 말해야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년 간 검찰이 바뀌지 않았다, 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저는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내부 게시판을 통해서도 2012년부터 목청을 높였다. 2012년 초기에 제가 할 때는 우리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전체적으로 조직문화의 문제가 너무 깊어서 자체개혁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외력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 검찰이 훌륭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 없지 않아서 강제적인 외력에 의한 수술이 있지만 기초체력 있어서 견뎌낼 것이고,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그런 기초는 있다고 자부한다. 검찰개혁 논의에 대해 국회에서 잘하실 텐데 저는 안에서 계속 검찰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기초체력이 될 수 있도록, 허리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하려고 각오하고 있다.”
―이번 고발 건은 본인 일이 아닌데 고발했다. 그 이유는 뭔가.
“이게 기본적으로 풍문에 의한, 들어서 아는 내용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각하 사유다. 안에서 이런 감찰 제보시스템을 통해 들어서 몇 번 문제 제기를 한 적 있는데 실제 감찰에 문제제기가 되면 실제 당했던 사람들이, 예컨대 2010년도에 서지현 검사가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서 되게 무서워했었잖은가. 당사자들이 되게 겁을 내서 잘 안 해주는 게 대부분인데, 2015년 남부지법 사건이나 이번 윤아무개 검사 사건 같은 경우에도 사건 관련자들이 고소를 한다거나 내지는 시민단체들이 고소해서 검찰이 부득이 이미 수사를 해서 검찰에서 가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명확한 사건부터 판례를 만들어서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지만 검사의 직무유기에 대해선 지금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확실한 사례이기 때문에 법리상,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기소가 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기소되고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1심 선고가 났다. 경찰관이 다른 기관들에 대해 직무유기에 대해선 판례가 많은데 검사만 직무유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어서 이 명확한 사건, 검찰에서 이미 알고 있었고 감찰에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이 덮히고 검사의 공문서위조로 덮혀서 관련된 사람들이 1심 선고가 났거나 다음달에 윤아무개 검사는 선고가 날 예정이니까요. 아무튼 명확한 사건에 대해선 그 책임을 명확히 짚어줄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처럼 명확한 사건부터 시작을 하려고 고발을 하게 됐다.”
―이 이후에도 고발 이어갈 계획인가.
“예컨대 제가 감찰 제보시스템을 통해 관련자들의 징계시효가 남았을 때 제가 이미 2015년 남부 성폭력 사건 덮었던 사람들이라든지 2016년 부산지검 관련자들에 대해 감찰을 요구했었다. 근데 징계시효를 현 대검 수뇌부가 도과시키고 있다. 이 부분은 2차 직무유기가 되기 때문에 1차 직무유기가 된 2015년 남부 성폭력 사건 덮었던 사람들, 2016년 부산지검 공문서위조사건을 덮었던 관련자들에 대한 사건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2차 직무유기에 대해서 추가고발할 예정이다.”
―저번에 공수처 설립되면 현 총장까지 (할 수 있다)?
“그게 2차 직무유기인데, 아마도 제 생각에 중앙지검에서 뭉개고 있다. 이게 공소시효 임박할 때까지 뭉갤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경찰에서 2016년 사건에 대해 열심히 수사하겠지만 검찰에서 무혐의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재정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하고 있을 것이라서 이 1차 직무유기에 대해 수사랑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에서 공소제기 명령을 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전에 공수처가 아마 생길 것 같고 그렇게 되면 1차 직무유기 관련자들이 기소가 된 이후에 그렇게 되면 2차 직무유기에 대해 고발할 예정이다. 이것은 5년 정도 각오하고 있다.”
―경찰 수사 통해 이번 사건이 잘 밝혀질 거라고 보는가?
“사실관계는 그때 부산지검에서 재판받고 있는 윤아무개 검사의 재판기록, 그리고 대검 감찰에서 갖고있는 감찰기록에서 당시 검찰에서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는 다 파악이 되지 않나.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의무, 감찰에서 징계할 의무는 명백한 것이다. 기존에 들어간 거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들이 밑에서부터 쭉 결재했던 사람들 직무유기 공범이지, 지금 현재 사법농단 수사에서도 보면 법원행정처 심의단들이 법원행정처 처장이나 차장이 집권남용했고 밑에 사람은 안 하려고 했는데 위에서 지시해서 억지로 했던 집권남용 권리행사 그 부분 사실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관련자들 소환조사하면 결재과정에서 확인하면 가능할 거 같다.”
―경찰에서 사건 수사하고 나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사 잘못될 수 있다는 걱정은?
“저희 입장에서는 공교롭게도 수사권 조정이라든지 검경개혁에서 논의에서 경찰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송치되고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건 제가 고발인으로서의 각종 불복 수단, 재정신청까지 염두에 둔 것을 법적으로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 차근차근 밟아갈 생각이다. 더군다나 다음 달에 윤아무개 검사 판결문 나오면 판결문에 대해서도 비실명 판결문 요청해서 제가 다 확인할 예정이다. 그거 참고자료 내면 뭐 제가 안에서 들은 거 워낙 구체적이라서 기록은 안 봤지만 본 것과 진배 없이 부산지검에 있던 동료들한테 다 들었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