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청소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가 두발 자유화를 주장하는 집회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생들의 염색과 파마 등을 전면 제한하는 중·고등학교 생활규정이 학생들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인천광역시교육감에게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일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의 결정문을 보면, 인천 ㄱ중학교는 교내 ‘학생생활규정’에 근거해 학생들의 염색과 파마를 금지하고, 휴대전화를 갖고 등교할 경우 이를 일괄적으로 수거해 종례를 마친 뒤 돌려주도록 했다. 규정을 어긴 학생들은 탈색한 머리카락을 본래 색깔로 다시 염색하거나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전화를 압수당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이 학교 학생회 대의원회는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위한 투표를 거쳐 파마 허용 등을 건의했으나 학교 쪽은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 같은 두발규제와 휴대전화 일괄수거 방침이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파마와 염색 등 학생의 용모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이며, ‘사생활에 대한 자의적·위법적 간섭을 받지 않을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16조에 따라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또한 학생들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도록 한 규정 역시 헌법 제10조에 바탕을 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와 제18조가 규정하고 있는 ‘통신의 자유’ 등에 따라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ㄱ중학교 교장에게 ‘학생생활규정’을 학생의 기본적 인권 존중과 보호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인천광역시교육감에겐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두발 관련 규정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을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중·고교생의 머리 길이 규제를 없애고, 염색·파마를 허용하도록 일선 학교의 학칙 개정을 지시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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