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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평등 강의 불성실 ‘경찰 치안정책과정’, 해외연수보고서도 표절”

등록 2019-06-05 14:42수정 2019-06-05 21:48

정보공개센터, 38기 해외연수보고서 분석
2008년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 등 짜깁기
강조부위 색깔 같고 결론 ‘시사점’도 표절
경찰대 “작성할 필요 없었던 별도 보고서”
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열린 성평등 감수성 교육 모습. 경찰청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열린 성평등 감수성 교육 모습. 경찰청 누리집 갈무리.
경찰 총경(일선 서장급) 및 공공기관 임원 승진자들이 ‘치안정책과정’의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강의를 방해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강사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해당 과정을 이수한 이전 교육생들이 다른 공공기관 보고서를 짜깁기해 해외연수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관련기사: ‘성평등 교육은 무슨…’ 자리 이탈한 예비 경찰서장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치안정책과정 38기생 18명이 제출한 해외연수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교육생들이 경기도와 도로교통공단 등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표절했다”고 5일 밝혔다.

치안정책과정은 경찰 총경 및 승진후보자, 일반부처 서기관, 군 대령, 공공기관 1급 이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4주 동안 진행되는 교육과정으로, 이 과정에는 일주일 동안의 공무 국외연수가 포함돼 있다. 국비 연수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연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경찰대학에 제출해야 한다.

2018년 경찰대학 치안정책과정 38기생의 보고서(왼쪽)와 2008년 경기도 교통국의 보고서(오른쪽).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2018년 경찰대학 치안정책과정 38기생의 보고서(왼쪽)와 2008년 경기도 교통국의 보고서(오른쪽).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정보공개센터의 말을 종합하면, 2018년 11월 치안정책과정 38기생 18명과 경찰대학장 등 인솔단 3명은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등을 다녀온 뒤 ‘자치경찰제 시행 대비 경찰기관간 협업 강화 시사점’ ‘이탈리아 주요 교통기관별 교통정책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를 분석한 김예찬 센터 활동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38기 보고서의 상당부분이 도로교통공단과 경기도 교통국의 보고서를 표절했다”며 “특히 총 2개 파트로 이뤄진 보고서의 두 번째 파트는 2008년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와 2017년 도로교통공단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짜깁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성실한 태도로 성평등 강의를 들어 논란이 된 39기 역시 5월16일~22일 스페인·이탈리아·일본 연수를 다녀왔는데 연수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한겨레>가 정보공개센터로부터 △2018년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38기 이탈리아 연수팀의 이탈리아 국외연수 결과보고서(이하 38기 보고서) △2008년 경기도 교통국의 교통선진지 종합국외연수 결과보고서 △2017 도로교통공단의 안전본부 해외 연수결과 보고서를 받아본 결과, 33쪽으로 이뤄진 38기 보고서는 최소 9쪽 이상이 경기도 교통국과 도로교통공단 보고서의 짜깁기였다.

특히 38기 보고서 가운데 ‘이탈리아 주요 교통기관별 교통정책과 시사점’ 파트에서는 로마시교통공사(ATAC)를 소개하며 2008년 경기도 교통국의 보고서를 그대로 가져다 붙였다. 굵게 강조한 부분과 강조 부위의 색깔까지 ‘파란색’으로 같았다. 도로 및 국영 고속도로 관리 기관인 이탈리아 고속도로공사(ANAS)를 소개는 2017년 도로교통공단 보고서에서 가져왔다. 보고서에 첨부된 이탈리아 교통 관련 현장 사진 역시 연수 당시 사진이 아닌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와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사진이었다.

2018년 경찰대학 치안정책과정 38기생의 보고서(왼쪽)와 2017년 도로교통공단의 보고서(오른쪽).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2018년 경찰대학 치안정책과정 38기생의 보고서(왼쪽)와 2017년 도로교통공단의 보고서(오른쪽).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연수를 다녀와 느낀 시사점과 결언 마저도 짜깁기로 작성됐다. 2008년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와 2017년 도로교통공단 보고서의 내용을 반반씩 가져왔다. 경기도 보고서에 나온 “금번 방문국의 경우 교통의식이나 교통문화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을 느꼈다. 교통약자인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해 이들의 안전 정책을 우선해 펼친다”는 문장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단어만 교체했다. 경기도 교통국의 2008년 결언이,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38기생들의 2018년 연수 뒤 시사점으로 둔갑한 셈이다.

정보공개센터는 “경찰대학 학장까지 동행한 해외연수에서 경찰서장과 공공기관 기관장 예정자들이 작성한 연수 보고서가 표절 범벅이었다. 경찰 공직자들의 교육이 이처럼 이뤄지는데 도대체 어디서 준법을 기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임에도 정규 교육 과정을 이탈한다거나, 보고서를 표절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보고서 표절 의혹과 관련해 경찰대학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파트2 보고서는 굳이 작성할 필요가 없는 별도 보고서로, 타기관 교육생 1명이 단독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18명의 단체 연수 보고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치안정책과정 39기는 오는 28일 교육이 끝나며, 5월16일~22일까지 스페인 등을 다녀온 이들의 보고서는 늦으면 6월22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등록될 예정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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