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hani.co.kr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소송 대리인단 및 지원단은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발표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쪽의 “역사적 사실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19일 외교부가 ‘강제징용 판결문제 한국 정부 입장’을 발표한 뒤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단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및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곧바로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길 희망한다”며 “피해자와 일본 기업들 간 협의도 시작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범기업 국내 재산 강제집행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대리인단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 전달이 양국 협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시작점이라는 데 긍정했다. 대리인단은 “한국 정부의 입장 전달은 양국간 협의를 개시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협의 개시와 결론 도출까지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일 기업이 먼저 확정된 판결금 상당의 금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이후, 양국 정부가 다른 피해자들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으로 논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면 한국 정부 입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 발표에 식민지 시절 강제노동을 동원한 데 대한 일본 정부나 기업의 사과는 빠져 있는 점을 지적했다. 대리인단 등은 △역사적 사실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배상을 포함한 적정한 피해회복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교육을 통한 재발방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뒤 “정부 입장에는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최근 광주에서 추가 소송을 제기한 54명의 피해자들도 일본의 사죄를 우선했다. 배상액 그 자체가 소송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피해자 및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입장을 전격 발표한 정부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대리인단은 “오늘 발표된 안은 문제 해결에 있어 피해자들과의 협의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정부는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과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공식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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