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무면허 운전으로 교통 사고를 내고도, 이를 숨긴 채 보험금을 받은 10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음주운전자가 버스와 충돌한 사고 영상 갈무리. 자료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지난 2015년 5월17일 ㄱ(36)씨는 술을 마신 채 서울 성북구 종암로에서 운전하다 근처 시설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낼 경우 자기 차량은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고 상대 차량이나 시설물에 대해서는 100만~300만원의 면책금을 내야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ㄱ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뒤늦게 사고를 신고해, 면책금도 내지 않고 차량수리비 등 97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하지만 ㄱ씨의 범죄는 금감원의 수사 의뢰로 세상에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초 음주·무면허 운전 의심자 127명의 기록을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음주·무면허 단속 기록과 이를 교차 비교해 106명의 음주·무면허 운전 사실을 적발했다. 2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금융감독원과 협업해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뒤 면책금을 내지 않고 보험처리를 받은 106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106명 가운데 100명이 음주운전, 6명은 무면허 운전으로, 경찰은 이들이 부당하게 수령한 보험금 5억원도 전액 환수했다.
ㄱ씨 등 106명은 경찰이 음주·무면허 운전을 적발해도 보험사가 이를 알기 어렵다는 ‘정보 격차’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교통사고가 난 뒤 시일이 지나 보험접수를 하거나, 취소된 면허 번호를 보상담당자에게 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음주 등의 사실을 보험사에 숨겼다. 경찰은 “사고 직후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이상, 음주나 무면허 운전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다”며 “운전자가 개인정보조회 등의 동의를 거부하면 보험사는 면허 취소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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