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쪽 직원 진술 법정서 공개
“협력사 폐업 결정권, 자회사엔 없어
단협 대리한 경총 배후도 삼성전자”
라두식 노조지회장 ‘삼성 돈’ 받은 정황
정보경찰 통해 수십만원씩 전달받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
“삼성은 이미지를 생각하는 기업이다. 모회사 기업 이미지와 관련된 부분은 자회사가 결정 못 하고, 모회사가 관여한다. 자회사(삼성전자서비스)보다 모회사(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개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와해를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주도했다는 회사 관계자 진술이 나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상황실에서 협력사 노조 설립에 대응한 최아무개(노무사)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최씨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폐업은 삼성전자서비스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자회사는 결정권이 없다”며 협력업체 노조 와해 공작이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삼성전자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를 대리해 협상에 나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사실상 허수아비였다는 진술도 나왔다. 삼성전자 백아무개 노동 관련 자문위원은 “경총은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삼성전자가 배후에서 단체교섭을 컨트롤한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 “사실상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 과정에 삼성전자 또한 주되게 관여한 게 드러난 셈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 가입률이 높은 협력사를 ‘MJ’(문제)협력사로 지정해 폐업을 유도했다. 2014년 3월엔 노조 가입률이 가장 높은 부산 해운대협력사가 폐업당했다.
삼성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라두식 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통합지회장에게 정보경찰을 통해 금품을 전달하며 ‘관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쪽을 대리해 노사 협상을 주도한 전직 정보경찰 김아무개 경정과 라 전 지회장이 임금협상 등을 위해 2015년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해 8월24일 라 전 지회장은 김 전 경정에게 ‘노조 지회장 선거 지원’ 등을 언급했고, 김 전 경정은 이를 삼성 쪽에 전해 라 전 지회장에게 수십만원씩 수차례 전달했다.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선거) 명목이 아닌,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진행비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활동 자금도 라 전 지회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경정의 검찰 조서를 보면 “‘사회 안정화 사업비’로 150만원 정도 국정원에서 지급받는 돈이 있다. 대규모 집회나 상경 투쟁이 있을 때 쓰이는 돈이다. 이 돈을 라 전 지회장에게 주기도 했다. 한번에 50만원을 넘진 않았다”고 답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