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물거래 사이트’ 범죄 구조도. 서울중앙지검 제공
증권전문 비제이(BJ)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해 1800억원대 ‘가상 선물거래’를 하게 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와 손실액 등을 빼돌린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 운영자들이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사설 선물사이트 운영조직을 적발해 국내영업을 총괄한 주범, 중국 콜센터 직원, 비제이 등 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서버와 사무실을 중국에 두고 중국콜센터 총괄·국내 영업 총괄·대포통장 공급 담당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뒤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는 실제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가상 선물거래 사이트’였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실제로는 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프로그램 내에서만 작동하는 가상거래를 하게 해 거래당 수수료를 받았다. 또 실제 ‘시장의 선물지수’를 기준으로 거래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정하되 투자자들의 손실액의 상당 부분을 자신들이 챙겼다. 이들 일당이 운영한 불법 선물거래사이트의 규모는 1854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전문 비제이들은 인터넷 방송, 카페 등에서 “수십만원으로 손쉽게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며 이들이 만든 선물거래 사이트를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이들은 회원들에게 사이트를 추천한 대가로 1억3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에 이르는 ‘리딩 비용(종목추천 수수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이들은 투자자들의 거래수수료와 투자손실액 등을 빼돌린 돈으로 차명 아파트와 땅을 사들였다. 국내 영업주범인 ㄱ씨는 11채의 차명 아파트를 포함한 13채의 아파트와 거제와 통영에 14필지에 이르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확인된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보전 조처를 한 상태다.
검찰은 “사설선물사이트 이용자들은 사이트가 실질적으로는 ‘인터넷 도박’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투자이익을 얻으려 거래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사이트는 사행성 조장의 정도가 심각하므로 사이트 자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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