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진이 3일 게시한 입장문.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2일부터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ㄱ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하고 있다. 사진 서울대학교 ㄱ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제공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서어서문학과 ㄱ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하고 학생자치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가운데, 서문과 교수진이 “불법점거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4일 ‘서울대학교 ㄱ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의 말을 종합하면, 서문과 교수진은 전날 ㄱ교수 연구실 앞에 ‘서어서문학과 연구실 점거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붙였다. 교수진은 입장문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ㄱ교수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데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교수 연구실을 불법점거하고 학생들의 공간으로 선언하는 것은 반지성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교수진은 “점거로 인해 서문과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들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점거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특위와 인문대 학생회 소속 학생 10여명은 2일 오전 11시께 서어서문학과 ㄱ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ㄱ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한 바 있다. 학생들은 ㄱ교수가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민정 특위 공동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교수들의 권위적인 태도가 입장문에서도 드러난다”며 “(말로는 ㄱ교수를 비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문과 교수진이 ㄱ교수와 같이 움직인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ㄱ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생 김실비아(29)씨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한 인권센터는 ㄱ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학교 쪽에 ㄱ교수의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이에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고 동맹휴업 등을 통해 ㄱ교수의 파면을 학교 쪽에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지난달 19일엔 피해자 김씨가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한편, <한겨레>는 ㄱ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여러 명의 학과 관계자들을 만나 ㄱ교수 외에도 여러 명의 서문과 남성 교수가 공공연하게 성희롱 발언을 해온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특위는 5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문과 남성 교수들이 ㄱ교수를 비호하고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저지른 정황 증거들과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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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