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투쟁방침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정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인한 추가물량에 대해서는 배달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9일 우체국 집배원들이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서는 가운데, 위탁택배노동자들이 ‘집배원 파업 물량 배달 거부’를 통해 총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위탁택배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고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행렬을 끝내기 위한 우정 노동자들의 투쟁에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도 동참을 선언한다”며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총파업으로 추가된 물량 배달을 위탁택배노동자들에게 강요할 경우 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투쟁방침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말을 종합하면, 우정사업본부는 적자를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위탁택배노동자들의 배달 물량을 철저히 통제 중이다. 결국 상당수의 물량을 집배원들이 떠안게 됐고 업무량이 늘어 집배원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 등의 이유로 숨졌으며 집배원들은 인력 충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본부 본부장은 “죽지 않고 일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우정 노동자들의 절절한 호소와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집배원들이 파업을 선언 뒤 우정사업본부가 위탁택배노동자들에게 물량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본부장은 “일선 우체국에서는 위탁 택배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추가물량을 배달해달라고 사실상 강요하며 집배원들의 파업 효과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과 위탁택배노동자를 이용해 연이어 파업을 무력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대 규탄 발언에 나선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비정규특위 위원장은 “지난 1월 위탁택배노동자들이 파업 때는 추가물량을 집배원들에게 넘겼고, 이제는 집배원의 물량을 위탁노동자에게 배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이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대체업무를 이렇게 진행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위탁택배원들은 하루 평균 130~180개의 택배를 배달한다.
노조는 집배원 업무 경감과 위탁택배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상생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위탁배달원에게 추가물량을 배정하면 집배원들의 업무가 경감되고 위탁배달원들의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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