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7월20일 공개한 ‘마린온’ 2호기 사고 현장.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는 7월17일 포항비행장에서 정비를 마치고 시험비행 도중 추락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발생해 장병 5명이 사망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 추락사고가 17일로 1주기를 맞은 가운데, 숨진 장병의 유족들이 사고의 원인이 된 헬기 부품 납품업체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자 유족 일동이 16일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 로터마스트의 제조·납품업체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프랑스·AH)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로터마스트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으로, 지난해 12월21일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마린온 추락사고 원인에 대해 “로터마스트의 파단으로 인해 메인로터(회전날개)가 탈락하면서 사고가 발생했고, 로터마스트 파단은 소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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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더이상 군에서 장비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프랑스의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를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마린온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노동환 중령의 아버지인 노승헌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순직 장병들의 죽음이 헛되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유족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렇게 되려면, 내 아들이 떠난 것은 정말 가슴 아프지만, 이것으로 사고를 끝내야 한다”며 “사고 원인이 된 부품인 로터마스트를 제조·납품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에 책임을 엄히 묻고 처벌까지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씨는 이어 “현재 운행 중인 (국산 상륙기동헬기) 수리온도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의 로터마스트를 쓰고 있기 때문에 더욱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행이 재개된 마린온과 수리온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의 로터마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노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가 로터마스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내 부품 균열이 발생했는데도 문제가 있는 제품을 그대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쪽에 납품했다. 납품 뒤 검사를 통해 사고기와 동일한 로터마스트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을 알고서도, 비행 금지나 제품 회수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마린온 2호기는 균열이 난 로터마스트를 단 채 152시간이나 비행을 하다 추락했다”며 “당시 같은 로터마스트가 수리온 2대에도 부착되어 있었는데 수리온은 마린온 2호기에 견줘 비행시간이 짧아서 사고가 안 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군 인권센터는 이와 관련해 “끔찍한 사고로 다섯 장병을 잃은 뒤에야 헬기에 불량 제품이 장착된 채 비행하고 있었다는 게 알려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군 인권센터는 이어 “현재까지도 마린온 및 수리온 헬기에 대한 비행안정성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특히 수리온은 사고 결과 발표 일주일 뒤 전면 정상 운행을 재개했고, 지금도 여전히 군, 경찰, 소방, 의료분야에서 위험천만한 비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인권센터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국방부는 유족에게 해당 기종의 안정성 향상을 위해 어떠한 조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사고 이후 마린온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고 원인이 난 뒤 단계별 비행 재개 방안을 수립했다. 수리온 계열 항공기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방위사업청과 협조해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코리아에서 구매하는 비행안전품목의 국제품질보증을 프랑스 정부가 수행하는 것으로 상호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마린온은 해병대 중앙합동기술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말 비행을 재개했고 비행은 단계별 비행 재개 순서에 따라서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린온 2호기는 지난해 7월17일 포항공항에서 정비를 마친 뒤 정비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을 하다 13.7m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했던 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 등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했고, 1명은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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