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배당기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도 배당에 잘못이 있으면 배당금을 받아간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8일 신용보증기금이 자산관리업체 한유자산관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용보증기금과 한유자산관리는 2012년 8월17일, 두 회사의 채무자인 ㄱ씨 소유 부동산이 경매되자 법원에 일반 채권자로 신고해 각각 채권액의 0.53%를 배당받았다. 당시 신용보증기금과 한유자산관리 모두 배당기일에 참석했는데, 신용보증기금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한유자산관리는 1억4841만원을 배당받은 2순위 채권자를 상대로 배당이의를 제기한 뒤 소송을 내 같은 해 11월 승소했다.
한유자산관리가 승소 판결에 따라 2순위 채권자가 배당받은 배당금을 전액 받아가자, 신용보증기금은 채권액 비율에 따라 자신이 받아야 할 배당금까지 한유자산관리가 받아갔다며 2013년 2월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신용보증기금처럼 배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던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부동산 경매 배당기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일반 채권자도 배당에 잘못이 있으면 배당금을 받아간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했고,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다수의견)은 “배당기일에 출석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배당표에 따라 배당을 한다는 절차의 진행에 동의한 것에 불과하고 다른 채권자의 권리를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배당 절차 종료 후에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진정한 권리자가 부당하게 희생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희대·이기택·안철상 대법관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도 배당 절차가 끝난 후에 아무런 제한 없이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민사집행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배당표를 뒤집는 것이 돼서 입법 취지에 반하고, 배당결과를 불안정하게 해서 배당 절차를 헛수고에 그치게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권리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다수의견을 비판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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