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방송인’ 송해(가운데) 선생이 지난 23일 오후 고양시 남북체육교류협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김경성(왼쪽) 협회 이사장과 김진표(오른쪽) 의원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내년 ‘전국노래자랑’ 40돌 때는 고향 황해도 재령에 가서 ‘저 복희 왔어요’라고 말하며 특집방송을 진행하고 싶어요.”
황해도 출신으로 현역 최고령 방송인 송해(93·본명 송복희) 선생이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원마운트 7층 남북체육교류협회(이사장 김경성)에서 고양시민들을 만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전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이자 4선인 김진표(72)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함께 연사로 나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 활성화와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을 강연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한 송 선생은 23살이던 1950년 한국전쟁 때 가족을 두고 홀로 월남해 국군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이후 1955년 ‘창곡악극단’에서 가수로 데뷔해 영화·방송·무대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뒤 1988년 5월부터 <한국방송>(KBS1 TV)의 ‘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진행중이다. 전국노래자랑은 1994년 개편때 진행자가 한번 바뀌었으나 시청자들의 항의와 요구로 6개월 만에 송 선생이 다시 진행을 맡았다. 1980년 시작된 전국노래자랑은 지역 주민의 흥겨운 노래, 특산물 소개와 송 선생의 걸죽한 입담이 곁들어져 시청률이 10%가 넘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송 선생은 “무대에 서기 힘들 때까지 진행하겠다”며 이 프로그램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이날 ‘송해야, 고향 가자’ 제목의 강연에서 2003년 ‘평양노래자랑’ 때 현지에서 진행을 했지만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고향을 떠나온 지 70년이 지나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서도 “재령평야가 전북 김제평야와 비슷해 김제에 가면 고향과 가족 생각이 난다. 재령평야의 쌀은 알이 크고 기름져 밥을 지으면 미끈거려 파리가 앉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재령평야는 북한의 대표적 곡창지대로 쌀맛이 좋기로 이름이 높다.
다음달 말께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6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응원단으로 참가하는 그는 북쪽 관계자들을 만나면 고향 방문의 뜻을 전달할 방침이다.
송해(오른쪽 둘째) 선생이 지난 23일 오후 고양시 남북체육교류협회 스포츠센터에서 링 위에 올라 권투 장갑을 낀 채 기념패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1947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김진표 의원은 “송 선생님의 고향 20년 후배인 셈이니 함께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4후퇴 때 아버지를 따라 월남해 경기도 수원에서 자랐다.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부 차관을 거친 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맡아 경제개혁을 추진한 경제통이다. 그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최근 펴낸 <구직 대신 창직하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 금융업계는 아파트 담보대출 등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자금 운용정책을 쓰면서 기업대출에는 인색했다”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을 개혁해 기술벤처 창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경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하면서 양극화에 따른 소득불균형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이제 대한민국도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어 대기업에 의한 낙수효과도 거둘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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