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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동자 제압 실패?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 영상의 진실

등록 2019-08-05 14:35수정 2019-08-05 20:52

[뉴스AS]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이후 스웨덴 여경 영상 퍼져
일부 누리꾼 “머지않은 한국의 미래”…‘여경 무용론’ 퍼뜨려
스웨덴 경찰청 “영상 속 가해 남성 바로 검거됐다”
지난 5월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으로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타나던 시기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영상 갈무리.
지난 5월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으로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타나던 시기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영상 갈무리.
지난 5월1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술집 근처에서 여성 경찰이 술에 취한 남성을 제압하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영상 속에서 경찰관은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워달라”며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경찰이 시민의 도움을 받는 건 미숙한 대응이었다”며 ‘여경 무용론’을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인데요.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하게 된 배경입니다.

같은 시기 유튜브에서는 이런 영상도 화제가 됐습니다.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스웨덴 여성 경찰관 3명이 등장합니다. 한 남성이 경찰차에 돌을 던지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리자 여성 경찰관 3명이 제압에 나선 건데요. 경찰관 3명이 말려도 남성이 난동을 멈추지 않자 인근에 있던 일반인 남성 1명이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뒤에서 끌어안는 등 함께 제압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 일반인 남성도 이내 나가떨어졌습니다. 결국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경찰을 피해 유유히 화면 밖으로 도망가면서 영상이 끝납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이 영상을 두고 “여경 3명이 범인 한명을 제압 못 하다가 지나가던 남자 시민이 제압했다. 그리고 범인은 유유히 빠져나갔다”며 “머지않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상은 ‘여성 경찰관은 범죄 제압 능력이 떨어진다’는 ‘여경 무용론’의 근거로 이용되며 남성들이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폭발적으로 공유됐습니다.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 영상은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요? 스웨덴에서도 한국처럼 이 영상이 ‘여경 무용론’의 근거로 사용됐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겨레>는 지난 5월 스웨덴 경찰청에 전자우편을 한통 보냈습니다. 전자우편에는 △영상이 어떤 상황인지 △스웨덴의 여성 경찰 비율은 얼마인지 △스웨덴에서 이 영상 때문에 ‘여경 무용론’이 제기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담았습니다. 전자우편을 발송한 지 2달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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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여경 동영상’의 진실

스웨덴 경찰청 언론 담당인 나디아 야베르(Nadia Jaber)는 해당 영상 속 상황에 대해 “이 사건은 2017년 3월20일 스웨덴 스톡홀름 남부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베르는 이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그 남자는 곧바로 체포됐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에서 등장하는 여성 경찰관이 무기력해서 범인을 놓쳤다’는 누리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겁니다.

실제로 2017년 한 외국인의 유튜브 채널에 먼저 올라온 이 영상의 원본을 보면,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경찰관 3명이 난동을 부린 남성을 쫓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영상이 공유될 때는 마지막 부분이 잘린 상태로 공유됐습니다. 누군가 이 남성이 현장에서 완전히 도망쳐 여성 경찰관들이 검거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의구심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의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해당 영상을 두고 여성 경찰이 남성을 제압하면서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스웨덴 경찰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야베르는 “스톡홀름 지역의 경찰은 하루에 1천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한다”며 “경찰관들이 폭력적인 상황에서 동료 시민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경찰관이 시민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검거했다고 해서 그 경찰관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난 5월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으로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타나던 시기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영상 갈무리.
지난 5월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으로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타나던 시기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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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비율 3배인 스웨덴의 진짜 근황

문제의 영상이 한국에서 공유될 때 영상 제목은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실제 수치와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야베르는 “스웨덴 전체 경찰관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33%이다. 경찰청에서 일하는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5%”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여성 경찰은 1만 3582명으로 전체 12만 448명 가운데 11.3%입니다.

한국의 3배가 넘는 여성 경찰 비율을 지닌 스웨덴에는 ‘여경 혐오 현상’이 있을까요? 야베르는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주장을 하는 어떤 조직적인 단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 ‘여경 무용론’이 정작 여경 비율이 3배가 넘는 스웨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여성 경찰은 범죄자를 제압할 능력이 없다’거나 ‘여경을 폐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야베르는 “스웨덴 경찰관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상황과 기능에 필요한 다양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성은 유능한 경찰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유튜브에서 ‘여경’을 키워드로 검색해 지난해 5월1일부터 올해 5월23일까지 업로드된 게시물 중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추려 공개했습니다. 그랬더니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 영상의 조회수가 135만887회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민언련은 “이 영상이 ‘여경은 범인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상의 근원지인 스웨덴 경찰청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여경 무용론’에 대해 이렇게 답변을 해왔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남자 경찰관이나 여자 경찰관의 구별이 없습니다. 경찰은 경찰입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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