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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삼성맨 약속 물거품” 계약해지 날벼락 운전기사의 눈물

등록 2019-08-09 04:59수정 2019-08-09 21:50

삼성 ‘2년 만료’ 6명에 해지 통보…작년 “운전기사 직접고용” 발표해
무기계약직 전환 ‘희망 고문’만…삼성 “전체 직접고용 약속 안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누리집 갈무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누리집 갈무리
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파견직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던 삼성이 약속과 달리 무더기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해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들은 ‘삼성맨’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지만, 삼성은 ‘운전기사 모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8일 <한겨레>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원 차량을 운전하던 기사 6명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다. 삼성전자 쪽과 소속 용역업체 사이 2년 계약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2년을 초과해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통상 2년 단위로 계약해 운전기사 등을 파견받는다.

문제는 삼성이 지난해 10월 “각 계열사의 임원 운전기사 400여명을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당시 삼성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대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며 직접 고용 추진 방침을 발표했고, 이는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 삼성은 당시 2년 넘게 일한 파견직 운전기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발표 시점에 2년 계약 만료 기간이 남았던 이들은 순차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7년 8월 용역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파견돼 운전기사로 일해온 김선호(가명)씨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무기계약직 전환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고, 김씨는 오는 28일까지만 일하게 됐다. 김씨는 “삼성이 ‘파견직 운전기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해 정년 보장은 물론 복리후생 혜택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줘 이른바 ‘삼성맨’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계약기간 2년 만료가 다가오자 갑자기 퇴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직접 고용 방침 발표’ 당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일하고 있던 근무기간 2년 미만 파견직 근로자 14명 가운데, 6명이 이미 계약만료로 일자리를 잃었고, 김씨를 포함해 7명이 곧 일자리를 잃게 될 예정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이는 ‘일본어 특기자’ 1명뿐이다.

김씨는 “삼성은 올해 초에도 운전기사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면담에서 ‘여러분 중 상당수는 무기직이 되실 분들’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설명도 없이 기사들을 쫓아내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삼성에 호소문도 보내고, 면담도 요청해봤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은 파견직 운전기사들과의 약속을 지키라’라는 글을 올린 상태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삼성은 2년마다 운전기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파견법을 악용해왔다”며 “삼성이 운전기사의 업무가 앞으로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 파견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2년 이상 일한 사람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한 것이지 운전기사 전체 직접 고용은 약속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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