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동생 부부가 2006년 조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던 학교법인을 상대로 50억원대 채무소송을 내어 무변론 승소할 당시 이사회에서는 아무 논의가 없었고, 이사였던 조 후보자는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 후보자 일가의 학교 운영이 주먹구구로 이뤄졌고, 조 후보자 역시 학교 이사로서의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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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 이사회 참석 전무…소송도 몰랐을 것” 2001~2007년 웅동중학교 교장으로, 웅동학원 이사를 지낸 류아무개씨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이사회에서 (채무소송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얘기됐을지 모르겠지만, 이사회에서는 얘기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의 남동생과 부인은 지난 2006년 부친과 형이 이사장·이사를 맡고 있던 학교법인을 상대로 52억원 규모 공사비 지급 소송을 냈고, 학교 쪽이 이에 대응하지 않아 법원에서 채무가 그대로 확정됐다. 이를 두고, 가족끼리 짜고 학교 돈을 가로채려 한 ‘허위 소송’이라는 의혹과 함께, 학교법인 이사였던 조 후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씨의 증언대로라면, 이사회에서 공사대금 소송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당시 이사장이었던 조 후보자 부친의 의중에 따라 무변론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응은 ‘비정상적’이다. 사립학교법인 관련 소송이 전문인 전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수십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기로 결정한 중대한 사안을 이사회 결의 없이 이사장이 혼자 결정하는 것은 회계결산 때 학교법인 감사의 지적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이런 사안이 별 시정 없이 10년 넘게 이어진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류씨는 조 후보자가 자신이 이사를 맡던 시절(2001~2007년)에는 이사회에 한차례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 후보자가 당시) 교수였으니까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적어도 제가 이사회에 들어가 있을 때는 참석한 적이 없었다”며 “조 후보자가 소송 관련 내용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 후보자와 채무 소송과의 관련성을 줄여주는 증언이지만, 조 후보자가 10년 동안(1999~2009년)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로 이름만 올린 채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립학교법상 학교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고, 이사는 학교의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구실을 한다.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이사회 참석이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이사를 하면서 학교 운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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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부채 재무제표에 미반영…시행령 위반 웅동학원은 무변론 패소로 확정된 52억원(2007년 기준, 지연이자 포함 현재 기준 100억원대) 채무를 관할 경남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법인 재무제표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재무제표 미반영은 교육부령상 사립학교 재무회계 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 전 변호사는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100억원대에 이르는 채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학교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사학법이 요구하는 기본재산 요건을 맞추기 위해 법인 관계자들이 사재를 털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인데, 채권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난 2006년 진행된 소송에서 웅동학원이 변론을 포기해 조 후보자 남동생 부부가 채권을 인정받게 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쪽으로서는 시효 문제를 내세워 다퉈볼 만한 소송이었는데 이를 포기해 재단 이사장 아들 부부가 수십억원대 채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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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 동생 “채권 모두 내놓겠다” 입장문 이날 조 후보자 동생은 입장문을 내어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웅동학원에 대해 가진 채권 모두를 기술신용보증 채무를 갚는 데 내놓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입장문에서 1995년 웅동중학교 부지를 옮기기 위해 공사를 진행한 경위 등도 설명했다. 조씨는 당시 재단이 은행으로부터 30여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공개입찰을 거쳐 아버지가 대표인 고려종합건설이 해당 공사를 수주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고려시티개발이 공사 일부를 하도급받게 됐다며 “(30억원으로는) 돈이 부족해 다른 하도급 업체에는 아버지가 사재를 털어 공사대금을 지급했지만, 아버지와 제 회사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웅동학원 채권을 채무 변제에 쓰겠다는 조씨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 당시 조씨의 회사인 코바씨엔디가 보유하고 있던 42억원의 채권은 현재 모두 이혼한 전처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