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100억원대 부채를 누락해 회계 처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 쪽이 “채무가 학교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법인이 조 후보자 동생 쪽에 진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 예산서에 채무 기재됐을 뿐 재무제표엔 미반영
지난 21일 조 후보자 동생의 전 부인이 보유한 웅동학원에 대한 100억원대 채권이 웅동학원 법인 재무제표에는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기자들에게 ‘웅동학원이 소송채무를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보도 관련’ 제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매년 학교법인 예산서를 경남교육청에 제출하면서 전년도 부채명세서에 웅동학원에 대한 소송채무를 기재해 제출했으므로, 소송채무를 법인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교육청에 신고도 안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부채명세서를 교육청에 냈으므로 숨긴 게 아니란 취지였다.
하지만 22일 경남교육청과 회계업계 등을 취재한 결과, 웅동학원이 경남교육청에 보고한 재무제표에는 이 부채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 다만 교육청에 제출된 예산서에 첨부한 한장짜리 ‘부채명세서’에 ‘코바씨엔디(현재 회사명 ‘카페휴고’) 외 1명’에게 68억원의 부채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다.
경남교육청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5년 (웅동학원의 보고) 내역 확인 결과, 결산상 재무제표에는 공사대금 부채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며 “이번 일로 결산에 채무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추후 지도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계사들은 예산서는 예산의 쓰임에 관한 계획일 뿐이고, 법인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부채를 숨긴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예산서는 장부(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과는 별개다. 실제로 장부에 남는 것은 결산서다. 결산한 재무제표에 부채가 잡혀 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 학교법인 대상 채권, 차명보유 자인?
조 후보자 동생 쪽과 조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 사이 채권·채무 소송을 두고 ‘가족끼리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 후보자 동생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웅동학원에 대해 가진 채권 모두를 (전에 운영하던 회사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기술신용보증 채무를 갚는 데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후보자 동생은 채권을 모두 전 부인 명의 회사인 ‘카페휴고’로 넘긴 상황이어서 ‘자기 것이 아닌데 어떻게 내놓느냐’ ‘변제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쪽은 21일 ‘후보자 동생의 채권 포기 의사 진의 보도 관련’이라는 해명자료를 통해 “후보자 동생은 법인(카페휴고)을 사실상 소유하면서 이사 및 주주들로부터 채권에 대한 처분권을 모두 위임받은 상황이고, 후보자 동생이 채권을 처분하지 못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명의상 주인(동생 전 부인)과 실제 주인(동생)이 다르다고, 즉 차명 보유를 인정한 셈이다.
이상권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은 “본인이 신용불량자인 경우 가족 명의를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불량 상태로 채권을 보유하면 바로 가압류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아내 명의의 회사로 돌려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 이사회도 모르게 무변론 패소하더니…2010년 채무 변제 시도
조 후보자 동생이 “밀린 공사대금을 달라”며 2006년, 2017년 두차례 제기한 채무 소송에서 모두 변론을 포기해 패소했던 웅동학원이 2010년 교육청에 채권 변제를 신청한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
경남교육청 취재 결과, 웅동학원은 2010년 코바씨엔디와 조 후보자 동생의 전 부인,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대한 채무를 웅동중학교의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처분하겠다고 신청했다. 이에 교육청은 ‘구체적 계획이 미흡하다’는 사유로 불허했고, 2012년 학교법인에 채무 상환계획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 쪽은 동생의 전 부인 쪽이 보유한 100억원대(현재가치) 채권이 ‘종이 채권’에 불과하고, 학교법인인 만큼 압류 등도 불가능하다며 의미를 축소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 재산을 매각해 조 후보자 동생 쪽에 진 빚을 갚으려 했던 셈이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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