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당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이 지난 5월25일 이후 91일 만에 연 장외집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국’이었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대학 진학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언급하며 조 후보자를 ‘위선자’라고 비판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당원 등 1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든 팻말에는 ‘조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인 내로남불과 조국을 합친 신조어) 위선정권’, ‘조국은 사퇴하고 문재인은 사죄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불거진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 진학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 “불법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황제 교육을 시켰다”며 “청년들이 일어나서 ‘이게 과연 공정이냐’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발언은 전날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조국은 입으로는 공정·정의를 이야기하고 뒤로는 불법과 나쁜 관행을 따라서 자기 이익을 챙겼다”며 “말과 행실이 다른 거짓 조국을 민정수석으로 쓰고 이제 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문재인 정부는) 거짓말, 가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조 후보자의 딸 입시 관련 의혹을 집중 난타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딸을 두고 “부모의 탐욕으로 만든 아이의 가짜인생”이라며 “어제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촛불시위를 했다. 지금 학생들에게 조국 후보자의 모습은 좌절의 아이콘”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문회보다는 특검을 가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국민청문회’에 대한 거부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이 인사청문회가 자신이 없으니 국민청문회를 한다고 하는데 자기들끼리 팬 몇 명 불러다가 가짜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청문회 할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날짜를 끈다고 하는데 내가 그 묘지(조 후보자 부친 묘지)에 가서 비석까지 찾은 사람인데 그게 자신이 없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조 후보자의 의혹을 덮으려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재차 등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조국을 통해서 사법 장악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조국을 살리기 위해 조국을 버렸다. 바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을 위한 우파 결집 호소도 빠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스무 번의 총선 가운데 자유 우파가 열 다섯번 이겼다. 뭉칠 때는 다 이겼고 졌을 때는 분열 때문에 졌다”며 “자유 우파의 통합을 위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규탄 집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발언 때 무대 위로 올라간 장애인단체 회원이 당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황 대표가 발언하던 도중 한 장애인 단체 회원이 최근 황 대표가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 표현을 쓴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갔다가 저지당하기도 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집회가 끝나고 황 대표, 나 원내대표 등 당 집행부와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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