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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8살 노모와 장애인 아들 살해…경찰 “간병하던 작은아들 용의자로 보고 추적중”

등록 2019-09-02 17:19수정 2019-09-02 22:28

주민들과 방문요양보호사 “일용 노동하던 동생 간병 스트레스 호소해”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서구의 임대아파트 입구. 이주빈 기자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서구의 임대아파트 입구. 이주빈 기자
88살 노모 구아무개씨는 팔에 석회가 생겨 요양보호사와 함께 매일 병원을 다녀야 했고, 53살 큰아들 심아무개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119구급차를 불러야 했다. 원래 건강했던 큰아들 심씨는 트럭을 몰다가 하반신을 다쳐 휠체어도 타기 어려울 정도의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 큰아들 심씨는 1년 전부터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했다. 모자가 살던 서울 강서구의 임대아파트 5층 주민 ㄱ씨는 “(큰아들 심씨가) 1년 전부터 몸이 매우 아파서 해골 같이 말라 보였다. 노모보다 먼저 죽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고 말했다.

벌이를 할 수 없는 모자는 찢어질 듯 가난했다. 주민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들은 2000년 9월29일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어 19년 동안 생계와 의료, 주거급여를 받았다. 노모는 여기에 더해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를 받았고, 큰아들 심씨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자가) 제공 가능한 급여는 다 받았다. 생계가 많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들은 복지관을 통해 익명의 기부인으로부터 월 10만원씩 지원을 받기도 했다”며 “어르신이 감사 인사를 할 방법이 없어 아쉬워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용 노동을 하던 51살 작은아들 심씨가 부양의무자가 되어 노모와 형의 생계를 도왔다.

모자는 낮에 방문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았다. 최근까지 구씨의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했던 ㄴ씨는 <한겨레>와 만나 “오전 2~3시간은 방문요양보호사,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왔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아들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요양보호사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 시간대가 문제가 됐다. 결국 올해부터 작은아들 심씨가 일을 그만두고 노모와 형을 돌보게 됐다.

구씨와 큰아들 심씨는 지난 1일 오전 4시께 집 안에서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 구씨는 작은 방에서, 큰아들 심씨는 안방에서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구씨 옆에서 혈흔이 묻어 있는 아령이 발견됐다. 오전 3시57분에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2일 “최초 신고자가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모자에게 둔기로 인한 심한 외상이 발견됐다”며 “작은아들 심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 달린 시시티브이(CCTV)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인들은 최근 작은아들 심씨가 간병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ㄴ씨는 “작은아들이 (저녁에) 엄마도 보랴, 형도 보랴 스트레스가 많았다.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형 때문에 일도 못 다닌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들 집 근처로 출근하며 지난달 31일까지 작은아들을 목격한 방문요양보호사 ㄷ씨는 “어느 날 집 앞 벤치에서 작은아들을 봤는데, 팔목을 붙잡고 있었다. 팔목이 아프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저녁에 형 화장실 갈 때 부축하다가 다쳤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ㄹ씨도 “작은아들이 갑자기 안 보이니까, 주민들은 작은아들이 노모와 형을 살해한 뒤 신고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빈 김윤주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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