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전남도청이 전남 화순군체육회 직원들의 보조금 편취 사건을 신고한 내부고발자의 개인정보를 소속 기관에 유출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인권 침해 결정을 받았다. 화순군체육회 직원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수업실적 등을 허위로 보고해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1억여원을 편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인권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화순군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로 근무한 진정인 ㄱ씨는 2017년 1월 경찰에 화순군체육회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한달 뒤 혐의가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그런데 이듬해 7월 화순군체육회는 “ㄱ씨가 품위 유지 의무와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ㄱ씨의 해고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ㄱ씨가 재심 신청을 한 뒤 화순군체육회는 ㄱ씨에 대해 정직 3개월 결정으로 징계를 완화했고, 올해부터는 ㄱ씨와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 ㄱ씨는 화순군체육회의 비리를 대한체육회와 전남도청에 신고했으나 개인정보가 화순군체육회에 그대로 노출됐고, 내부 비리 신고를 이유로 재계약 불가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의 개인정보 유출은 경찰의 내사 종결 뒤 ㄱ씨가 체육회 비리 사건을 지자체 등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9월 ㄱ씨는 대한체육회에도 경찰에 신고한 것과 같은 내용의 신고 내용을 접수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ㄱ씨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비리신고서를 내부고발자의 신분과 신고 내용이 보호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리를 요청하는 문서와 함께 전남도체육회에 보냈고, 전남도체육회는 ㄱ씨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비리신고서를 화순군체육회에 그대로 보냈다. ㄱ씨는 지난해 10월 전남도청에도 우편으로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는데 전남도청은 ㄱ씨의 민원을 국민신문고 시스템에 등록한 뒤 ㄱ씨의 이름이 기재된 우편물을 화순군체육회에 보냈다. 이후 화순군체육회는 이 민원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전남도체육회와 화순군에 민원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내용을 제출했다. 결국 ㄱ씨의 내부고발을 접수한 전남도청과 화순군청, 대한체육회 등 세 곳이 ㄱ씨의 이름을 ㄱ씨의 소속 기관에 유출한 것이다.
인권위는 대한체육회·전남도체육회·전남도청 등이 “내부고발자인 ㄱ씨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한체육회 등이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7조’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및 제17조’의 규정을 위반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민원 내용에 따라서는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고서는 처리될 수 없는 민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 내 비리 및 공익제보와 관련된 민원은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부정 비리 사실에 대한 내부 고발이 어려워지는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민원인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ㄱ씨가 비리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라고 주장하는 화순군체육회의 정직 징계 결정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정직 및 해고의 부당함은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 이 사항은 각하한다”고 설명했다. 화순군체육회의 보조금 편취 사건은 체육회 소속 또 다른 직원 ㄴ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한 뒤 현재 경찰의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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