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위급 강풍 동반 태풍 ‘링링’에 서울 등 피해 속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태풍에도 철탑 고공농성 이어가
“억울해서 못 내려간다…삼성 그룹 차원에서 사과해야”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태풍에도 철탑 고공농성 이어가
“억울해서 못 내려간다…삼성 그룹 차원에서 사과해야”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의 한반도 상륙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씨가 서울 강남역 네거리 폐회로티브이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서울 수서경찰서와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이날 기준 90일째 강남역 네거리 철탑에서 ‘삼성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태풍이 상륙하고 난 현재까지도 김씨는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김씨가 농성 중인 철탑 주변에 매트리스 등 안전 장비를 설치했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가 현장에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6일부터 김씨에게 철탑 아래로 내려올 것을 설득했으나 김씨는 고공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철탑 위는) 일반인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흔들리는 상황”이라면서도 “억울해서 내려가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고 임금 배상의 책임져야 한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죽어서 내려갈 것이라는 각오로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삼성 재직 때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삼성이 자신을 납치·폭행한 데 이어 해고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복직을 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6월10일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56일에 걸쳐 단식을 하다 지난 7월27일 중단하기도 했다.
농성 현장에는 다른 해고노동자를 비롯한 활동가들도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 현재까지 철탑 인근에서 대기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60)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바람이 많이 불다보니 김씨가 걱정이 되어 다들 현장으로 나왔다. 철탑 아래에서 김씨와 전화 통화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본인이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탑 주변에 있는 플래카드는 안전 문제로 모두 떼어낸 상태고 다음주 월요일께 다시 붙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초속 52.5m의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은 이날 한반도 전역을 강타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 보령에서 창고 외벽이 강풍에 날아가면서 70대 노인 1명이 숨졌고, 인천 공항철도 일부 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며, 강풍에 인천대교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전북 남원에서는 아파트 지붕 덮개가 강풍에 날아가 주차된 차량 10대를 덮쳤고, 전남 목포에서는 3천t급 해상크레인선이 파도에 떠내려갔으며, 신안 가거도에서는방파제가 유실되기도 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의 한반도 상륙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씨가 서울 강남역 네거리 폐회로티브이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한겨레> 독자 제공.
서울 강남역 네거리 폐회로티브이 철탑에 올라 19일 71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씨. 사진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공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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