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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들 보는 전체관람가 영화에 ‘19금 예고편’?

등록 2019-09-08 15:09수정 2019-09-08 20:41

영화 등급은 5등급으로 나뉘지만
예고편은 ‘전체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2개뿐
‘청소년관람불가’도 편집하면 전체관람가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광복절 휴일을 맞아 5살 아이와 함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를 찾은 웹툰작가 강은미(39)씨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전체관람가 영화인 <알라딘> 상영을 기다리는데, 수영장을 배경으로 반라의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15세 관람가인 <애프터>의 예고편이었다. 강씨는 “유아들이 적지 않았던 상영관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당혹스러웠다. 아이는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었다”며 “예고편이 나온 뒤 곧바로 영화가 시작돼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 줄 시간도 없었다. 왜 이런 민감한 문제를 미리 조정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와 함께 전체관람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상영등급이 다른 영화 예고편을 보게 돼 당황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 인터넷 맘카페 회원은 “<뽀로로> 극장판을 보러 갔다가 남녀가 어깨까지 옷도 입지 않은 채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청소년 관람불가 예고편을 봤다”며 “제2금융권 대출 광고까진 참겠지만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는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공포 영화 예고편을 봤다”며 “예민한 4살 아이는 그때부터 ‘무서워요’를 연발했고 벌벌 떨다가 결국 중간에 나왔다”고 했다.

이런 글에 맘카페 회원들은 “아이들이 보는 영화는 광고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배려가 전혀 없다”며 “돈이면 애들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몇몇 부모들은 자극적 예고편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상영시간에 딱 맞춰 들어간다는 ‘자구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 ‘애프터’ 포스터
영화 ‘애프터’ 포스터

극장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영화 예고편과 본편의 상영등급 분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제29조)에서는 영화 상영등급을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등급으로 나눈다. 반면 예고편 영화 등급은 전체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 두가지가 전부다.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도 약간의 편집만 거치면 예고편에선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게 되고, 누구나 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애초 예고편은 상영등급 분류 자체가 없었다. 어린이·청소년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2011년 김성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예고편도 본편처럼 5등급으로 나누는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하나를 추가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지난 7월에는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고편도 5등급으로 분류하고 본편 등급에 맞춰 상영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다시 대표발의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예고편과 본편의 등급을 맞추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겠냐”며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수년째 처리되지 않고 있는 건 국회가 영화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의 영향을 받아 관련 법 처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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