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철씨 집앞에서 쓰러져 부상” 기록
국가인권위가 26일 고 전용철씨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졌다고 결론을 내림에 따라, 경찰이 지난달 24일 전씨 사망 직후 작성한 변사사건 발생보고와 변사자 출장부검 의뢰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충남 보령경찰서는 이 두 문건에 나온 사건 개요에서 “전씨가 11월15일 서울 농민집회에 참석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고 16일 집 앞에서 쓰러져 부상을 입은 것”, “15일 오후 10시30분께 보령 집으로 귀가 중 쓰러져” 등으로 기록했다.
이에 고 전용철 농민 살해규탄대책위원회 등은 이 문건을 “폭력진압을 은폐하려는 증거”라며 크게 반발했다. 한상익 보령경찰서장은 10일 보령대책위 대표들과 만나 “사건 초기에 농민회 쪽과 사건 내용을 공유하지 못해 발생한 잘못이었다”며 사과한 바 있다.
보령경찰서는 27일 이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했으나 농민회 등이 접촉을 거부해 전씨가 살던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의로 집회 도중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문제가 된 서류들도 내부 문건으로 대외 공표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초기 이 보고를 바탕으로 “전씨 사망은 경찰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탐문했다는 주민이 누구냐”고 기자들이 캐묻자 경찰은 “잘못된 보고 같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보령농민회 이종협 사무국장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5공화국 시대 경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공권력에 의한 농민 살해가 명백해진 만큼 책임자 처벌 등 국민이 납득할 만한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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