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탈시설 자립주택 등을 요구하며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서울 대학로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을 했던 중증 장애인들의 투쟁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2일 국무총리에게 탈시설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 탈시설 추진단’을 구성하고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5일부터 한달 동안 전국 7개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거주 시설 장애인들의 인권 침해 실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이후 길게는 사망 때까지 살고 있다”며 “이들은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못한 채로 다양한 권리들이 제한된 상태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권위가 2017년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 절반 이상이 3~5명과 함께 거주하는 것(52.4%)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도 어려운 것(34.8%)으로 나타났다. 식사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도 75.4%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정부에 범정부·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 탈시설 추진단’을 구성하고, 탈시설 정책방향과 목표, 추진일정 및 예산 등을 포함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정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계획’ 등 탈시설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으나, 시설 소규모화에 국한돼 있어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탈시설 정책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인권 관점에서 기존 체계의 한계를 넘어 시설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결단과 단계적 계획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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