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관련 법률 조항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1일 “공무원과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소관 법률 조항을 개정하라는 내용의 인권위 권고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월 “정치적 표현과 정당가입 등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과 교원은 공직 수행의 담당자이자 동시에 시민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기본권(정치적 자유)의 주체이며, 헌법과 국제규약, 판례 등에 비추어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는 공무원이 정당 등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행위, 투표하거나 하지 않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등 정치운동을 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교육부는 이 법을 근거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 중단 및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냈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 3월 이 고발을 취하했다.
인사혁신처 등 해당 부처들은 다음 6가지 이유를 들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제한은 헌법적 판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국민적 합의 등이 필요하고 △전면적인 허용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헌법재판소도 공무원의 정당가입 제한 등에 대해 합헌을 판시하고 있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으며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며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 등이다. 인권위 핵심 권고 내용인 소관 법률 조항의 개정 추진과 관련 하위 법령의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조처와 관련해선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부처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 등에 공감하고 법령 개정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해당 부처가 담당해야 할 조치와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권고의 이행 촉구를 통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해당 부처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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