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누리집 갈무리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학생인권센터)가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아가리 닥쳐” 등과 같은 폭언을 한 한 공립중학교 교사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권고하고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학생인권센터는 학생들에게 상습 폭언을 한 ㄱ중학교 한아무개 교사에 대한 신분상의 조처 등이 담긴 권고문을 지난달 24일 ㄱ중학교 교장에게 발송하고, 한 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요청했다. 이는 한 교사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지난 6월 교육청이 ㄱ중학교 학생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당시 ㄱ중학교 학생들의 진술서에는 한 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아가리 닥쳐”, “개XX”, “XX년”, “XX새끼”, “짐승보다 못한 놈” 등의 폭언을 했다고 나와 있다. ㄱ중학교에 재학 중인 1∼3학년 학생들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을 쳤을 때 한 교사로부터 ‘개돼지만도 못한 놈’, ‘아가리 닥쳐’ 등 욕설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과자를 먹다 걸린 여학생들을 앞으로 불러다 얼굴 위에 남은 과자들을 뿌리고 수업시간 중 가루를 치우게 했다”고 증언한 학생도 있었다.
(▶관련 기사 : [단독] “아가리닥쳐” 입에 달고 산 중학교 교사···서울시교육청 조사 착수)
한 교사는 이에 대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소란해지면 1단계 ‘조용히 하세요’, 2단계 ‘조용히 해’,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아가리 닥쳐’라는 말을 하겠다고 미리 공지하고, ‘아가리 닥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학생이 수차례 과자를 먹다가 적발돼 앞으로 나오게 해 얼굴 앞쪽에서 봉지를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부스러기가 튀었을 수도 있지만, 얼굴에 던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센터가 ㄱ중학교 1∼2학년 학생 17명을 무작위로 뽑아 면담한 결과, ㄱ중학교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 교사에게 “사이코패스, X년, XX년, X새끼, 개놈자식, 병신, 개돼지만도 못한 놈이냐”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잘못 사용한 학생에게 “너희 부모님은 그것도 못 사주냐”고 말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2017년에 실제로 학생의 머리에 과자를 부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따라서 학생인권센터는 △한 교사에 대한 신분 조치 △피해 학생들의 정신적·정서적 안정을 위한 대책 수립·시행 △전 교직원에 대한 학생인권 직무연수 △학교공동체 구성원에게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안내 등을 ㄱ중학교 교장에게 권고했다.
교사와 학부모단체는 학생인권센터 권고의 실효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인권센터가 학생인권 침해사건의 조사와 권고 등은 할 수 있지만, 행정처분(주의·경고)이나 징계(견책·감봉·정직·해임·파면) 등 신분상 조처를 직접 할 권한은 없는 탓이다. ㄱ중학교 교장은 “학교장이 내릴 수 있는 조처는 부장교사 등 보직해임과 수업배제, 서면경고밖에 없고, 이미 그 조처는 다 취한 상태”라며 “시교육청 감사관실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감사관실에서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 교사는 다른 학교로 옮겨 교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적격 교사에 대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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