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대에서 삭발식을 거행한 최분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부위원장을 청소노동자 동료 김씨가 껴안으며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주고 있다. 전광준 기자
7일 낮 12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 삭발해 파릇한 머리 위를 분홍색 곰돌이 손수건이 감쌌다. 청소노동자 김아무개(68)씨가 달려가 급히 덮은 손수건이었다. 삭발한 이는 서울대에서 23년 동안 청소 일을 한 최분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부위원장. 김씨도 최 부위원장만큼이나 오래 서울대를 청소했다. “가슴이 아프잖아요. 여자 머리가 저리 없어지니….” 김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최 부위원장을 끌어안았다. 최 부위원장은 애써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 있는 생협 사무실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던 생협 식당과 카페 노동자들이 생협 쪽과 임금협약 조인식을 열었다. 생협 식당과 카페 노동자들은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기본급 대비 정률 연 30%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뒤 지난 2일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서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설비 노동자들은 식당·카페 노동자들과 달리 여전히 싸우고 있다. 쟁점은 명절휴가비다. 서울대 법인 직원들은 명절휴가비로 기본급의 120%를 받지만, 기계와 전기, 설비 노동자들은 100만원, 청소·경비 노동자는 50만원만 정액으로 지급한다고 학교 쪽이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에 따라 2018년 3월1일 서울대에 직접 고용됐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법인 직원과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이 명절 상여금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민주노조 탄압하는 서울대학교 규탄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열었다. 기자회견과 삭발식에는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삭발한 김형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조노 위원장은 “(학교 쪽이) 쥐꼬리만한 명절 휴가비로 내부를 분열하려는 안을 내놓았다”며 “정년 1년 연장과 명절 휴가비 60%, 조합원 교육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10일 하루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삭발한 최분조 부위원장은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몇 달째 학교에게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학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삭발을 거행한 뒤 “삭발로 여러분 눈에 눈물나게 해서 미안하다”며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삭발했다”고 말했다.
삭발이 끝난 뒤 분홍색 곰돌이 손수건은 채 1분도 최 부위원장의 머리를 가리지 못했다. 삭발한 사진을 찍고 다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동안 김씨는 분홍색 손수건을 손에 쥔 채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7일 서울대에서 ‘민주노조 탄압하는 서울대학교 규탄 기자회견 및 삭발식’이 열렸다. 펼침막을 들고 선 조합원들 가운데 아직 삭발을 하지 않은 최분조(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부위원장이 있다. 전광준 기자
글·사진/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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