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책임자인 송경호 3차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회 시간에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개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아무개(36)씨의 19쪽짜리 공소장에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이름이 모두 21차례 등장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교수를 조씨의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정 교수가 조씨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증거인멸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등을 설명했다. 검찰은 또 정 교수가 조씨의 사모펀드에 동생의 이름을 빌려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조씨가 횡령한 회삿돈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았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검찰이 정 교수를 조씨 범죄의 최종 수혜자이자 ‘공범’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 교수 청문요청서 제출 직후부터 대응책 상의…조범동 “정경심 자료 삭제하라” 지시
8일 <한겨레>가 확보한 조씨 공소장을 보면, 정 교수는 지난 8월14일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조 장관에 대한 청문요청서 제출 이후 사모펀드 관련 의혹 보도가 이어지자, 5촌조카 조씨와 대응책을 상의했다. 이후 조씨는 8월16일부터 30일까지 사모펀드 약정의 법적 구속력, 운용방식 등에 관해 허위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검찰은 이런 허위 자료가 정 교수와의 대책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조씨가 코링크의 사무실 직원에게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 정아무개씨의 이름이 등장하는 서류와 파일 등을 모두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씨가 지난 8월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코링크 사무실에 있던 직원 ㄱ씨에게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정경심 등의 이름이 나오는 서류와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코링크 직원들은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관련 서류와 파일을 폐기하고 은닉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후 코링크사무실의 노트북과 하드디스크(SSD)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 정 교수가 먼저 조씨에 펀드 출자 제안
조씨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조씨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하게 된 경위도 담겼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던 2017년 5월께 정 교수는 조씨에게 주식을 처분한 돈을 펀드에 출자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는 ‘5촌조카 소개로 주식 처분 대금을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하게 됐다’는 기존 조 장관의 설명과 배치된다.
이에 따라 정 교수와 동생 정씨는 코링크가 조성했으나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던 ‘블루코어밸류업 1호’(블루펀드)에 14억원을 출자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교수와 동생 정씨가 자신들이 투자하는 14억원이 새로운 펀드 결성에 쓰이는 게 아니라 투자약정 금액이 ‘100억1100만원’으로 정해진 기존 블루펀드에 투자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다른 투자자가 없는 상태에서 정 교수 남매의 투자금 14억원만으로는 100억을 채울 수 없었음에도 이들이 허위 투자 약정금이 기재된 정관에 날인하고 출자증서 등을 교부받았다고 적시했다. 출자액 등이 변경될 경우 운용사는 2주 안에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조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 정 교수, 차명으로 코링크 지분 보유…투자금 상환 독촉해 조씨가 횡령한 돈으로 돌려받아
조씨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코링크 지분을 동생 정씨의 이름으로 차명 보유했고, 이에 따라 조씨가 정 교수 동생과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어 돈을 지불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 교수와 동생 정씨가 2017년 2월 코링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주를 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고, 이후 코링크는 정씨와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달 860여만원을 정씨에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씨가 코링크의 돈 1억5700여만원을 횡령해 정씨에게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와 동생 정씨가 조씨에게 투자금 상환을 요구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공소장을 보면, 정 교수와 동생이 지난해 8월 조씨에게 투자금 상환을 독촉했고, 이에 조씨는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으로부터 13억원을 횡령해 정 교수의 투자금 5억원과 정 교수와 정씨의 유상증자 대금 반환 등에 썼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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