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보내자” “모양새 안좋아” 의견 갈려
27일 노무현 대통령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전용철·홍덕표씨 사망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했던 경찰은 28일 정치권에서 경찰청장 사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허 청장은 이날 아침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상 업무를 챙겼다. 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공개된 장소에서 열 예정이던 외부인사 초청 행사 장소를 갑작스레 청장실로 바꾸는 등 외부 노출을 꺼렸다.
경찰의 한 간부는 “사태가 잠잠해지기 바랐지만 일단 허 청장의 사퇴 불가론에 대해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으니 현재로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개인적으로는 경찰청장이 물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비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중하위직 경찰관들은 의견이 갈리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청장이 수사권 조정이나 경찰공무원법 개정 등의 문제에서 경찰의 위상과 자존심을 세웠다고 평가하는 경찰관들은 내부통신망에 “청장님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경찰관은 “이번 일을 보면, 과격한 시위를 하는 농민들 책임도 크다”며 “서울경찰청장이 물러나면 충분한 사안을 가지고 경찰청장에게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허 청장을 옹호했다.
그러나 경찰 일각에서는 허 청장이 정치권이나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자리를 지킬 경우,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경찰 쪽에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국가인권위원회 발표 전에 허 청장이 사퇴를 하는 게 옳았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마당에 경찰청장이 사퇴하지 않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경찰청은 이날 최광식 차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을 ‘집회 폭력 방지’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경찰의 의도가 엿보였다.
이본영 이정애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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