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태풍 축하” 반응에 ‘한국라면 불매’ 루머까지…엇나간 반일감정

등록 2019-10-14 16:49수정 2019-10-14 21:41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일본 강타…약 35명 목숨 잃어
“태풍이 다 쓸어가라” 조롱에 근거 없는 루머 난무
“반일감정 금도 잃어” 자성의 목소리
“일본인은 태풍이 와도 한국산 라면은 안 산다”는 루머에 대해 일본 누리꾼이 사실이 아니라며 올린 글. 트위터 갈무리
“일본인은 태풍이 와도 한국산 라면은 안 산다”는 루머에 대해 일본 누리꾼이 사실이 아니라며 올린 글. 트위터 갈무리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본의 태풍 피해를 “축하한다”는 조롱이 나오거나 “일본인은 구호물품 살 때도 한국산 라면은 불매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하기비스가 동일본 지역에 유례없는 ‘물 폭탄’을 뿌리면서 이날 현재까지 약 35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망 34명, 실종 17명으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사망 31명, 실종 14명으로 집계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도를 넘은 조롱도 나왔다. 일본 태풍 상황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일본이) 천벌 받은 거다”, “이번에는 구호물품 보내주지 말자”, “슬픈 기사인데 왜 웃음이 나냐”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에스앤에스(SNS)에도 “아베와 그 졸개들 싹 쓸어가라”(@*******WON), “대한민국을 식민지나 머슴 국가로 여기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태풍이 확 쓸어가 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kim)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특히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태풍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사면서도 한국산 라면만큼은 불매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텅 빈 일본 마트의 가판대에 한국산 ‘신라면’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진과 함께 ‘일본인은 태풍이 와도 한국산 라면은 안 산다’는 설명이 공유됐고, 이를 바탕으로 “태풍으로 일본 편의점이 탈탈 털렸는데 한국 제품은 남았다고 한다. 우리도 불매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을 고스란히 담은 ‘트레블 튜브’ 채널의 유튜브 동영상이 게재 이틀 만에 185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한 트위터 이용자(@joya***)는 “일본 슈퍼에 신라면만 남은 것을 보고 일본인들이 한국 제품 안 산다고 하는 건 오해다. 우리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같이 물도 마셔야 하는데, 지금 단수 때문에 물이 부족해 (매운 라면을) 못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일감정이 도를 넘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아무리 반일감정이 심해도 ‘태풍으로 다 쓸어가라’는 말들은 심한 거 아닙니까. 정치는 정치고 사람 생명 가지고 이리 쉽게 말하다니. 참담하다”(@*****KPD)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도 “일본 태풍 피해에 달린 한국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민족과 국가 같은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정작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참 씁쓸하고 두렵기까지 하다”(@*****ita)고 했다. 직장인 김정현(25)씨도 “일본인이라면 무조건 욕하고 보는 상황인데 사리분별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일본 정부의 잘못을 두고 애꿎은 사람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일본학)는 “한국 시민들에겐 역사 문제에서 말미암은 일본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가 더해지면서 부정적 인식의 ‘금도’가 옅어지고, 국민감정의 원색적 충돌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며 “일본의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면 일본에도 안 좋을뿐더러 우리 스스로의 체면도 무의미하게 깎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 부정이 아니라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공감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