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흰 지팡이의 날 기념 전국시각장애인복지대회에서 시각장애인 보조견이 주인 곁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장애인 ㄱ씨는 지난 3월12일 오후 5시30분께 다른 시각장애인 ㄴ씨와 2마리의 보조견, 비장애인 친구 2명과 함께 경기 부천의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비장애인 친구 ㄷ씨가 식당 사장에게 ‘보조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지’를 묻자, 사장은 “음식점 내부로 개가 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보조견을 옥상에 두고 진정인 등 사람들만 2층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 ㄷ씨가 출입구 쪽 테이블에라도 앉을 수 없냐고 재차 묻자, 사장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은 더더욱 안된다”고 거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ㄷ씨가 제출한 당시 현장 녹취록 등을 포함해 조사한 결과 “시각장애인 보조견의 음식점 출입거부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규정에 따른 과태료 부과와 식품접객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교육 등에 해당 사례를 반영할 것을 부천시장에게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음식점 사장은 “3층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아 보조견을 3층에 두고 2층에서 식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안내했고, 진정인이 출입구 쪽과 가까운 좌석에서 보조견과 식사하길 원해 출입구와 신발장 쪽 테이블은 다른 손님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라 다른 손님들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대안으로 예약석인 안쪽 테이블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보조견이 식당에 입장하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줘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막연한 편견에 따라 출입을 거부하는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음식점 사장이 음식점 내부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당시 음식점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중으로 음식점 내에 다른 손님도 없었기 때문에 음식점 사장의 항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시각장애인 보조견 출입금지’와 관련해 인권위가 구제조치 권고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말을 종합하면, 2008년 이후 시각장애인 보조견 출입금지와 관련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사건은 모두 28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피진정인인 음식점 쪽에서 인권위 조사 중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약속해 진정이 취하됐다. 인권위는 “보조견에 대한 편견으로 보조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들이 음식점 등을 이용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시각장애인의 보조견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등 사회적 인식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