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서를 성추행하고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75)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31일 검찰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은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김 전 회장에게 강제추행·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병 치료를 이유로 경찰 조사를 미뤄왔던 김 전 회장이 지난 23일 귀국해 조사를 받기 시작한 지 8일 만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의 비서로 일했던 ㄱ씨는 2017년 2~7월 김 회장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며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또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였던 ㄴ씨가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지난 7월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ㄴ씨는 2016년부터 약 1년 동안 경기도 남양주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는 마쳤지만,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28일 간과 신장 등을 치료한다며 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아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6개월 단위로 체류자격을 계속 연장해왔다.
미국에 있는 김 전 회장을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뒤 가사도우미 성폭행 사건과 비서 성추행 사건을 지난해 5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었다. 하지만 경찰청 외사수사과가 지난 7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하기로 결정하면서, 김 전 회장이 지난 23일 자진 귀국하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당시 ‘성추행·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김 전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제출된 증거자료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해 조사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