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남성도 여성처럼 차별을 받는다’는 취지의 논평을 올려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장종화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평을 내어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이, 특히나 영화의 제목처럼 82년생 여성이 모두 김지영의 경험을 ‘전부’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김지영이 겪었던 일 중에 한두가지는 우리 모두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 논평에서 장 대변인은 영화 속 김지영이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이 남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단순히 숙제 하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고, 스물둘 청춘에 입대하여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여성과 남성은 모두 차별의 피해자이니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장 대변인은 “영화는 ‘이렇게나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구나..’하는 점을 보여준다.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며 “김지영 같은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는’ 일이 없도록 우리 주변의 차별을 하나하나 없애가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평이 발표되자 “장 대변인의 논평은 여성들의 공통적인 차별 경험을 축소하고 있다”(@Sis******)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대변하는 ‘청년’에 여자는 포함되지 않나보다”(@Stu**********)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내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는 장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1일 “(장 대변인이)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82년생 김지영> 소설과 영화 모두, 남자들이 겪은 고난만 과대표되는 세상에서 이제야 여성의 일상적 고난을 가시화하는 의미가 큰 작품인데, 그걸 보고 ‘82년생 장종화’가 나오고, 성별과 상관없이 서로를 몰라왔다고 이야기하면, 미디어 리터러시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같은 당 내에서도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변인의 논평을 두고 “차별을 대하는 시선에서도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멀쩡히 직장을 다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둔’ 것과 ‘육아휴직의 빈 자리에 대한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가 마치 동등하게 힘든 일인 것처럼 병치시켜놨지만 사실은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문제다. 지금도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경력단절을 강요받은 후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반면, 남성은 그래도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유지하고 사회적 자아를 실현한다. 이 둘의 처지는 결코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도 “여성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니. 소위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며 “가부장제는 남성에게도 해로운 게 맞다. 특히 ‘정상적 남성’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소수자 남성들은 차별과 혐오를 겪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도 차별받는다’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함으로써 남성이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3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10월 31일 배포한 장종화 청년대변인 <82년생 김지영> 논평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점이 있어 철회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