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 노민규씨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6동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노씨는 지난달 18일부터 이곳에서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최예린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외치며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6동(환경부, 국토교통부) 앞에서 17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여오던 ‘제주 청년’ 노민규(32)씨가 3일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가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일기장에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도는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 없다. 시민으로서, 청년으로서 뭐라도 해야겠단 절박함이 있었다”고 쓰며 의지를 보였다. 이날 새벽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실신한 노씨에게 의사는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입원에 동의한 노씨는 “몸을 추스른 뒤 다시 제주 2공항 저지를 위한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씨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졸업했다. 서울에서 취업을 했지만 지난해 2월 “망가지는 제주가 안타까워” 고향으로 돌아갔다. 강정마을의 평화활동가로 지내던 그는 지난해 12월 2공항 반대 투쟁을 하는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에 합류했다.
지난달 30일 환경부 정문 앞에서 만난 그는 제주 2공항 건설에 대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때문인데, 2공항 건설은 막개발과 환경 파괴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제주를 사람들이 찾지 않는 섬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주 도민의 입장에서도 2공항 건설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개발 정책 아래에서 제주도의 땅값은 치솟았고, 제주도민의 일자리 질은 높아지지 않았어요. 임금 수준은 여전히 전국 최하위인데다, 급격하게 늘어난 관광객으로 폐기물과 오·폐수가 섬의 수용 한계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2공항이 들어서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어요.”
그는 “2공항 건설을 두고 도민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갈등조정협의체 구성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관련 지침에 따라 사회 갈등이 발생하는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조직할 수 있다. 외부 전문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한데 모아 사회적 합의를 하라는 뜻에서다. 필요하면 민관합동현지조사단을 꾸려 주민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지난 9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한 배경에도 이렇게 꾸려진 협의회 의견이 있었다.
노씨는 환경영향평가 작성의 문제도 지적했다. “국토부는 사업 찬성 입장에서만 작성한 불공정하고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최근 환경부에 제출했어요. 환경영향평가 작성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부터 찬반 양쪽의 주장이 다 담겨야 합니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토부의 제주 2공항 평가서에 대해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성, 소음 피해, 동굴 등 주변 환경, 이해당사자 등 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10여일 만에 몸무게가 8㎏이 줄었다는 노씨는 “삶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성산읍 주민의 현실과 제주 젊은이의 미래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규 공항이 들어서고 주변 지역이 개발돼도 경제적 이익은 자본가들만의 것이에요.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쫓겨납니다. 결국 고향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쫓겨나다시피 해야 하는 저 같은 제주 청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어요. 2공항 개발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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