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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강하구 최전방 어장 김포 전류리를 찾아

등록 2005-12-29 19:18수정 2005-12-29 19:21

한강의 서쪽 끝 마지막 포구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어부들이 잡아 올린 숭어를 소형 굴착기에 담아 뭍으로 올리고 있다. 김포/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한강의 서쪽 끝 마지막 포구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어부들이 잡아 올린 숭어를 소형 굴착기에 담아 뭍으로 올리고 있다. 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 철책선밖 숭어 득실 만선에 웃음꽃 활짝

그곳에 가면 한강의 어부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서쪽으로는 강화도를, 북쪽으로는 강 건너 북한 개풍군과 마주보고 있는 한강 하구의 작은 포구 마을이다. 예전엔 조강포, 신리포, 마근포 등 전류리보다 더 하류에 자리잡은 포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남북이 갈라지며 이 어장들은 문을 닫았다. 분단 이후 전류리는 최전방의 어장이 됐다.

15척 배가 포구명성 유지
“겨울엔 배 안띄우는데
몇년전부터 워낙 많이 잡혀”

29일 전류리를 찾았다. 강변은 철책선으로 빈틈없이 포위돼 있다. 강가에 나가려면 군 초소를 거쳐야 한다. 포구에선 빨간 깃발이 달린 어선 세 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조업 허가증을 받은 배들은 이 깃발을 달아야 물에 나갈 수 있다.

전류리에서 나고 자란 유병선(50)씨는 이제 막 들어온 배에서 트럭에 실린 얼음상자로 숭어를 옮기는 작업을 감독하고 있었다. 펄떡거리는 숭어는 얼추 눈으로 봐도 길이가 50㎝를 넘는다. 한 마리 무게가 1㎏ 이상 나간다.

겨울 숭어철이면 주민들은 사방 1㎞ 가량의 조업구역에서 0.5~1t의 모터보트(30·60마력)를 타고 하루에 다섯 시간씩 고기를 잡는다. 배 한 척이 하루에 200~300㎏의 숭어를 ‘퍼올린다’. 배에서 얼음상자로 옮기는 것이 너무 무거워 굴착기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다.

전류리 주민 300명 중 배를 가진 이는 15명. 15척의 배가 포구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유씨는 “얼음에 그물이 찢어져 겨울엔 배를 띄우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숭어가 워낙 많이 잡혀 매일 강에 나간다”며 웃었다. 그는 겨울엔 숭어, 봄·여름엔 황복을 잡아 한해 5천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다고 전했다. 포구의 굴착기도 전류리 어부들이 돈을 모아 임대한 것이다.


이제는 세상을 뜬 유씨의 아버지도 한강의 어부였다. 한국전쟁 전엔 그의 아버지는 목선을 타고 도라전망대가 있는 임진강까지 거슬러 올라가거나 강화도까지 출어했다. 전쟁 뒤에도 70년대 초 강기슭에 철책선이 서기 전엔 가을이면 전류리의 서쪽 포구인 마근포까지 나가 뱀장어를 잡곤 했다. 그 시절엔 멀리 고기 잡으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민물과 소금 결정이 뒤엉켜 만들어진 해빙을 타고 놀았다.

유씨는 “전류리 어부들이 가장 힘겨웠던 시기는 80년대”였다고 말한다. 하수처리장이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에서 도시의 생활하수·공업하수가 한강으로 마구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사라졌던 참게와 황복이 다시 돌아온 건 90년대 들어와서다. 이제는 참게와 황복의 씨앗을 뿌려(종패라고 한다) ‘고기농사’까지 짓고 있다.

전류리에선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한다. 바다의 짠물이 6시간 밀고 들어오면 곧이어 상류의 민물이 6시간 치내려온다. 밀물 들어오는 시간은 매일 40분씩 늦춰지는데 서해의 사리 때면 물발은 몹시 세차게 흐른다. 하루 두 번, 물이 뒤집혀 흐르는 전류리에서 한강은 생활과 풍요를 낳으며 몸을 뒤채고 있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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