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고등학생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등이 2만개 유포된 사실이 확인된(
▶관련 기사 : [단독]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 가운데, 이 채팅방과 연결된 비밀 채팅방 중에 ‘마약 거래’를 위한 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텔레그램 비밀방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텔레그램 ‘공식 링크(Link) ○○○○방’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마약 거래방’은 최소 2곳 이상이었다. ‘신○○ ○○’이란 이름의 방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는데, 10일 현재 355명이 가입되어 있었다. 이 채팅방에선 ‘떨, 케타민, 엘에스디(LSD), 아이스, 캔디, 액상 카트리지’ 등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이 모두 취급됐다. 떨 ‘1g:18’(1g당 18만원), 엘에스디 ‘1탭:15’(1탭당 15만원)처럼 종류와 수량에 따른 구체적인 가격 정보도 공지됐다.
이들이 마약을 거래하는 방식은 ‘선드랍 방식’이었다. 마약 판매자가 정해진 현금인출기 주변에 물건을 ‘드랍’해놓으면 이를 확인한 구매자가 바로 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는 “직원이 나가 있습니다. 물건 먼저 받고 뜯어서 확인 후 무통(무통장 거래)하시면 끝!!”이라며 “통화하면서 거래 진행합니다”라고 안내했다. 실제 10일 오후 11시44분, 판매자가 ‘인천 1.5g 빠르게 판매합니다’는 글을 올렸고, 20분 뒤인 11일 0시7분께에는 ‘판매 완료’라는 글을 올렸다.
텔레그램 ‘공식 링크(Link) ○○○○방’에서 연결된 마약 거래방 ‘신○○ ○○’ 채널의 대화창 갈무리
또 다른 마약 채널은 ‘○○○○○빨간방’이란 이름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하는 방인 것처럼 이름을 위장해 개설됐다. 10일 현재 이 방의 가입자는 174명이었고, 이들도 역시 ‘선드랍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했다. 이 방에선 서울 수도권은 물론, 경남 창원과 김해,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울산,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등 전국 각지에 수량을 정해놓고 ‘드랍 찾아가실 분 선착!!’이라며 구매자를 구하고 있었다. 술이나 음료에 타는 것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 마약도 판매했다.
한편,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텔레그램 비밀방에 대해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했다”며 “사이버 성범죄의 특성상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증거 수집 등 필요한 조처를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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