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한겨레>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아무개(28)씨를 위해 ‘허위스펙’을 만들어 대학 및 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정황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공소장을 보면, 정 교수는 학연 등으로 얽힌 인맥을 활용해 딸에게 ‘제1저자 등재 논문’, ‘인턴십 활동확인서’ 등의 이력을 안겨줬다. 또 정 교수는 워드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허위스펙’ 관련 확인서를 직접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실험실 견학’·‘수초에 물 주기’ 후 논문 1저자 등재, 체험활동 확인서 받아”
공소장에 따르면, 딸 조씨는 고등학교 동창의 아버지였던 장아무개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의 지도로 2007년 7월∼8월에 걸쳐 약 2주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체험활동을 했다. 조씨는 이 기간 동안 대학원생의 지도 하에 실험실을 견학하는 정도의 활동을 했을 뿐 전반적인 과정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장 교수는 의학논문에 조씨를 제1저자로 기재해 대한병리학회에 투고했다.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초록 저자 등재는 정 교수의 ‘인맥‘으로 만들어졌다. 대학 동창인 정 교수의 부탁을 받은 김아무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조씨가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일기와 독후감을 쓰게 했다. 조씨는 이외에도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수초가 들어있는 접시에 물을 갈아주는 정도의 간단한 일을 하고 ‘체험활동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씨는 김 교수의 도움으로 자신이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은 국제조류학회 발표 논문초록에 제3저자로 기재되기도 했다.
■ “2013년 딸 의전원 떨어지자 동양대 표창장 위조 나서”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직접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체험활동 확인서 등을 조작한 정황도 드러난다. 공소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동창인 이아무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키스트) 연구소장에게 인턴활동 확인서 파일을 전달받은 정 교수는 2013년 3월께 이 확인서 파일에서 키스트 로고와 이 소장의 서명만을 남겨놓은 뒤 나머지 내용은 직접 채워 넣었다고 한다.
또 대학진학을 앞둔 딸이 호텔경영 관련 학과 지원에 관심을 보이자, 정 교수는 2007년 7월께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산의 ㅇ호텔 대표이사 명의로 ‘실습수료증’과 ‘인턴십확인서’를 직접 만든 후 ㅇ호텔 관계자에게 날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씨가 실제로는 이 호텔에서 인턴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딸이 2013년 차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자, 이미 만들어놓은 허위 스펙을 더욱 부풀리기도 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의 의전원 낙방 이후 보관하고 있던 아들 명의의 동양대 총장 상장을 스캔해 오려붙이는 방식으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고있다. 또 키스트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에서 총 시간을 강조하고 ‘성실하게’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등 내용을 부풀렸다고 한다.
■ 검찰 “본인과 서울대 법대 교수인 조국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 명시
검찰은 이런 식으로 만든 ‘허위 스펙’들이 서울대 의전원, 부산대 의전원 지원 등에 쓰였다고 보고 정 교수에게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허위 스펙’들이 “본인 및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교수인 남편 조국의 지위와 인맥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라 명시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