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식품 군납업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됐다.
이날 밤 11시 50분께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의 증거인멸 염려 또는 도망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의 존재와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ㅁ식품업체 정아무개(45)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수사 개시 경위△피의자신문 등 수사 진행 경과△범죄혐의 관련 피의자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피의자와 제보자 등 관련자의 관계△군납 비리 관련 부당이익의 실질적 규모△횡령 관련 피해자 회사의 지분 구조△횡령 관련 자금의 실제 사용처 확인 여부△피의자의 직업△가족관계△주거현황 등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강성용)는 이 전 법원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와 수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등)를 적용해 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대표는 납품 편의를 봐준 대가로 이 전 법원장에게 현금·계좌 등으로 1억원 이상, 급양대장 문아무개 중령에게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부터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던 ㅁ업체는 2015년 기준에 미달하는 식품을 납품하다 적발되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정 대표가 상급부대에 ‘법무질의’를 올렸고, 이후 상급부대에서 ‘문제가 없다’는 공문이 내려와 사업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질의는 법령 등 해석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 상급부대 법무실에 해석을 요청하는 제도다. 정 대표는 자료를 남기지 않고 거래를 하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국방부는 지난 5일 검찰이 고등군사법원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이 전 법원장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지난 18일 파면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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