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신체를 본떠서 만든 찰흙 인형을 전시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내 한 갤러리. 23㎡(7평) 규모의 작은 공간에 25~50㎝ 크기의 인형이 6점 전시돼 있다. 인형은 찰흙을 이용해 나체 상태의 여성 상반신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일부 작품은 여성의 목에 쇠줄을 걸어둔 형태로 만들어 상자에 넣어둔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인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에서 구입이 가능했고, 관람은 미리 예약을 받고 입장이 가능하도록 해뒀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갤러리에서 일본의 한 인형 전문 제작자가 여성의 신체를 본떠서 만든 찰흙 인형을 전시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ㄱ갤러리 누리집 설명을 종합하면, ㄱ갤러리는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6일까지 아라이 에이가 여성 신체를 본떠서 만든 찰흙 인형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아라이는 사람의 신체와 거의 유사한 모습과 질감을 지닌 인형을 만드는 일본의 인형 제작자인데, 2014년과 2017년,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비슷한 인형을 전시한 바 있다.
전시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찰흙 인형도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의 일종이라며 전시와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일 오후 3시 기준 트위터에는 ‘#리얼돌_아웃(OUT)’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만4천여건이 올라왔고, ‘#아라이예술계퇴출’과 같은 해시태그 글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갤러리가 위치한 종로구청이나 국민신문고, 경찰청 등에 민원을 넣거나 온라인 구매처를 공유하면서 항의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333)는 “아라이 리얼돌은 사지가 없는 강간 인형을 상자 속에 넣어서 전시합니다. 이건 예술이 아니에요”라고 지적했고, 다른 이용자(@**********ver)는 “인형만 소비하는 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며 리얼돌을 판매하고 사는 것으로 이미 여성, 여성 아동 자체를 남성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의 신체를 전시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여성의 몸 이미지를 사는 것을 통해 남성이 지배 감각을 익힌다는 측면에서 인권 침해적”이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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