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가수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곡을 발표했던 힙합가수 ‘블랙넛’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블랙넛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블랙넛은 2017년 ‘투 리얼’이라는 곡을 작사하면서 키디비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았다. 2017년 5월에는 종이에 ’I respect for my unnie(언니)’라는 문장을 반복해 쓴 뒤 그 위에 ‘김치녀’를 의미하는 김칫국물을 떨어뜨린 후 이를 촬영해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또 2016년 9월과 2017년 7월, 2017년 9월 서울과 부산에서 공연하면서 키디비를 모욕하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손가락 욕 등의 행동을 하였다. 블랙넛은 키디비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멸적 표현을 하지 않았고 모욕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인격권 중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 점,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예술의 자유 범위 내에 있어 모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노골적으로 성적 욕망 해소의 대상으로 특정해 지칭하거나,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공연 과정에서 저속한 행위까지 곁들이는 등의 표현이 피고인이 하는 노래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공감대를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힙합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힙합 음악의 형식을 빌린 모욕행위가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특별히 용인된다고 볼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모욕죄의 인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이라며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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