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추천하면서 애초 1순위로 염두에 둔 인물 대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1순위로 추천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검찰은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금품수수 사실이 일부 드러난 유 전 부시장이 애초 유력했던 후보를 제치고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동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러 당시 상황 등을 조사했다. 검찰이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3~4월 금융위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 수석전문위원(1급 대우)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애초 1순위로 유력했던 김아무개씨를 2순위로 배정하고, 유 전 부시장을 1순위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수석전문위원이 유력했던 김씨는 현재 다른 정부기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 쪽은 언론 보도 등으로 유 전 부시장 신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당시 추천 과정을 잘 아는 한 여당 관계자는 “(당시에도 유 전 부시장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민정수석실에 확인해보니 ‘큰 문제 아니다’라고 자꾸 이야기해 괜찮을 것으로 보고 넘어갔다”며 “(당시 당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금융위가 일부 비위 사실이 드러난 유 전 부시장을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유 전 부시장을 ‘여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낸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그 배경에 김용범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말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특별감찰을 받던 도중 돌연 금융위에 병가를 내고 잠적했다. 유 전 부시장은 특감반의 지속적인 연락을 거부한 채, 사표를 내지 않고 정부 유력인사들에게 연락을 해 ‘자신의 자리(금융위 금융정책국장)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구명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일부 드러났지만, 오히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다.
‘갑을 관계’가 뒤바뀐 ‘밀당’은 여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타협점’을 찾는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채 금융위에 ‘자리를 유지하게 해주거나 해외 파견을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에게 여당 수석전문위원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 전 부시장은 75일 동안의 ‘버티기’ 끝에 금융위에 사표를 제출했고, 지난해 4월 국회 수석전문위원에 선임된 뒤 4개월 만에 다시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임재우 서영지 오연서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