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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규 자회사 셋 중 둘은 청소·경비 ‘인력공급형 용역회사’

등록 2019-12-26 05:01

자회사 62곳 중 40곳 청소·경비회사
직원 100명 미만 소규모 자회사도 11곳
모회사 출자 평균 자본금 6억대로 빈약
“용역계약 형태 지양” 정부 지침과 어긋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 62곳 가운데 40곳이 모회사의 건물과 시설을 청소·관리하는 단순노무직군 중심의 사실상 ‘인력공급형 용역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산업은행 용역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 62곳 가운데 40곳이 모회사의 건물과 시설을 청소·관리하는 단순노무직군 중심의 사실상 ‘인력공급형 용역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산업은행 용역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신규 자회사 셋 중 둘은 모회사의 건물과 시설을 청소·관리하는 단순노무직군 중심의 사실상 ‘인력공급형 용역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자본금 6억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들로, 모회사에서 받은 사업비 대부분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용역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공공기관 자회사로서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3일 정부의 자회사 현황표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민간 컨설팅 보고서, 자회사 노동조합 인터뷰 등을 종합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 52곳이 설립한 자회사는 62곳(설립 예정 15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부문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는 파견·용역 등 민간회사 소속 5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청소·경비·시설(단순노무직) 노동자만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회사들의 사업 내용과 단순노무직 구성 비율, 중장기 전문성 확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미 민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인력공급형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회사로 볼 수 있는 회사만 40곳에 달했다.

100명 미만 소규모 청소경비 자회사도 11곳이나 됐다. 소규모 자회사들은 직접고용에 견줘 관리자 임금과 건물 임대료 등 별도 지출이 발생하는 탓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적은 인원의 청소경비 노동자들로 이미 포화상태인 청소경비업에서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보증기금은 직원 수 72명의 건물관리 자회사 기보메이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직원 수 61명의 청소경비 자회사 연구개발특구에프엔에스, 산림복지진흥원은 직원 수 68명의 청소관리 자회사 포이파트너스를 각각 설립했다.

중소기업 규모에도 미치지 않는 300명 미만의 자회사 31곳 중에서 모회사 건물시설관리를 위한 단순노무직이 대다수인 자회사도 22곳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소규모 자회사는 관리자 임금, 건물 임대료 등 설립비용을 고려하면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별다른 전문성이 필요 없는 청소·경비 회사라면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자회사 현황표를 보면, 기타 공공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 제이디씨파트너스의 사업내용은 ‘인력공급업’, 중소기업은행의 출자회사 아이비케이서비스는 ‘용역서비스’, 한국남부발전의 자회사 코스포서비스는 ‘경비, 미화 등 위탁을 수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자회사는 모회사가 기존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사업비 수준의 비용을 받는 용역 형태로 운영됐다. 자회사들이 예산을 자체 편성해 지원을 받는 ‘예결산제도’나 노동자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자회사가 거의 없어서 사실상 용역 형태의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자회사 방식을 택하는 경우 용역계약 형태 운영을 지양하라”는 정부의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2018년 12월)에 어긋난다.

출자 내역을 공개한 신규 자회사 43곳의 평균 자본금이 6억6천만원에 그치는 대목도 상당수 자회사가 인력공급형 용역회사에 가깝다는 ‘혐의’를 방증한다. 사무실 임대 운용과 기본 설비 투자 이외에 장기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자본금으로는 부족한 탓이다. 상법상 자본금 총액이 10억원 미만 회사는 소규모 회사로 분류돼 감사 선임이나 이사회 구성의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향후 방만한 경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공공기관이 그간 출자한 사업성 있는 자회사들의 출자금 규모가 수십억원 단위임을 보면 신규 자회사들의 토대가 얼마나 빈약한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정보를 공개한 신규 자회사 44곳 중 중 32곳 대표는 모회사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모회사 간부가 자회사 대표를 겸직하거나 이사진이 같은 사업장도 있어서 사실상 자회사 경영이 모회사에 철저히 종속된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회사의 경영관리자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존 용역 형태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모회사가 외주화했던 사업을 관리해주고 사업비를 받는 방식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 설립 근거가 불명확한 청소시설 관리 자회사 수십개가 설립된 것이 유례가 없는 일임을 고려할 때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인력공급형 자회사를 정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회사 실태 조사를 진행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든 자회사는 사실상 모회사가 기존에 외주화한 청소·경비 업무를 대행하고 사업비를 받는 용역 형태로밖에 운영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애초 정부의 정규직 전환의 취지와 공공서비스 질 향상이란 측면에서 봐도 상시지속적 노동자들을 직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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