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4월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던 때,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당시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대대적인 ‘구명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해 ‘유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가려면 유 국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감찰 중단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 청와대 특감반, 휴대전화에서 유재수가 금융위 고위인사 논의한 문자 파악
20일 <한겨레>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은 2017년 10월께 금융위원회 내부 제보자로부터 유재수 당시 금융정책국장이 업무 유관 업체 관계자들에게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감찰에 착수했다.
이후 특감반은 유 국장으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유 국장의 골프채 수수 등 각종 비리 정황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의원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과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금융위 고위직 인사문제를 협의한 사실까지 파악했다. 박형철 반부배비서관은 이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조 전 장관은 ‘감찰을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 국장은 청와대에서 문답조사를 받은 뒤 해외 체류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돌연 금융위에 병가를 내고 자료제출을 거부한 채 잠적했다. 유 국장은 본래 친분이 있던 김 의원, 윤 실장, 천 행정관 등에게 연락해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불이익을 보다 이제야 금융정책국장이 되었는데 감찰을 받게 되어 억울하다. 자리를 유지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한다.
■ 김경수·윤건영·천경득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함께 고생하던 사람’ 구명운동
유 국장의 부탁을 받은 청와대 안팎의 주요 인사들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접촉해 ‘유재수 구명운동’을 벌였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김경수 의원은 백 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인데, 억울하다 하니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또 백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진행 상황을 파악한 뒤 유 국장에게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은 어렵겠다’며 감찰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자들 역시 ‘유재수 구명’을 위해 움직였다. 윤건영 실장은 백 비서관에게 ‘유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 가깝다’고 했고, 천경득 비서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국장을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가려면 유 국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김 의원 등으로부터 ‘유재수 구명’ 부탁을 받은 백원우 비서관은 박형철 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 ‘사표만 받자’는 등의 제안까지 했으나, 박 비서관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 조국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감찰 중단 결정
박 비서관은 유 국장이 특감반 감찰에 불응하고 외부 민원이 이어지자, 조 전 장관에게 ‘확인된 유재수의 비위 혐의가 상당하고,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의뢰·감사원 및 금융위 이첩 등 후속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유재수의 비위 혐의를 구체적으로 보고 받은 뒤에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며 ‘백원우 비서관과 유재수 감찰 건의 처리를 상의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께 ‘유 국장이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며 박 비서관에게 ‘감찰 중단’을 지시했고,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은 이렇게 종료되었다.
■ 백원우, 금융위에 ‘유재수 비위 대부분 클리어·사소한 문제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
공소장을 보면, 감찰 중단 결정 뒤 백원우 비서관은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연락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유재수 비위에 대해 청와대의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나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기관통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백 비서관이 ‘비위내용이 알고 싶다’는 김 부위원장의 문의도 묵살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즉시 국장급 인사안을 준비하고 유 국장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유 국장은 금융위로부터 ’무보직 본부대기‘ 인사발령을 받고도 사직을 거부한 채 오히려 금융위에 해외파견 등 보직을 요구하다가, 2018년 1월께 더불어민주당 몫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이 백 비서관에게 ‘유재수를 국회 전문위원에게 보내도 되는지’ 문의했고, 백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결국 유 국장은 금융위로부터 어떤 감찰이나 징계도 받지 않은 채 2018년 4월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 조국, 감찰 각 단계마다 최소한 4차례 보고받아…조국은 “법정에서 허구성 밝힐 것”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당시 백 비서관으로부터 ‘유 국장이 현 정부 금융정책국장으로서 핵심 요직에 있고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고, 이에 따라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착수·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문답조사 결과 등 감찰 단계별로 최소한 4번 이상 서면보고를 통해 유 국장의 비위사실을 보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청탁으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7일 기소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후적으로 볼 때, 민정수석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미흡함도 있었다”며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법정에서)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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