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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제전역’ 성전환 군인 “성정체성 떠나 나라 지킬 기회 달라”

등록 2020-01-22 16:00수정 2020-01-23 09:48

육군 전역 결정에 트랜스젠더 부사관 직접 회견
“성소수자 군인 차별 없이 복무했으면 한다” 호소
“젠더 정체성 지지해준 전우들에게 감사” 발언도

성소수자 단체 “트랜스젠더 군복무 보장은 세계 추세”
캐나다·프랑스·독일 등 허용…미군 1만5천명 이상 추정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육군은 이날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육군은 이날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해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에 대해 육군본부가 22일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날 육군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연 뒤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변 하사의 성전환이)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바로 전날인 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변 하사의 전역심사를 3개월 연기하라고 권고한 것과 관련해선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변 하사는 휴가기간 중 타이(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한 뒤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부대 복귀 뒤 받은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적으로 아직 남성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한 변 하사가 전역심사 연기를 요청하고 인권위도 군에 심사 연기를 권고한 것이지만, 육군본부는 결국 전역심사를 강행했다.

군의 강제전역 결정이 나오자 변 하사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절박한 심경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낮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억누르고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으로 버티며 복무했다”고 고백했다. 변 하사는 “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일치)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졌고, (군인이 되는 것이)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전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성전환에 나서는 동안 지지해준 그의 소속부대에 대한 고마움도 나타냈다. 변 하사는 “소속부대에 저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소속부대는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했다. 도와준 모든 전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안다. 하지만 군대는 계속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중이다”라며 “저는 복무할 수 있게 된다면 용사들과 취침하며 동고동락하고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고 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전역심사 결과는 즉각 반영된다. 변 하사는 이날 자정을 기해 강제전역돼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변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결정을 두고 군인권센터와 성소수자인권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군인권센터는 “지금도 숨죽여 복무하고 있을 수많은 트랜스젠더 군인, 우리 군에도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밝혀준 변 하사와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임태훈 소장은 “향후 인사소청을 제기한 뒤 소청 결과를 보고 행정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외에서도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보장하고 있는데 육군본부의 결정은 그런 추세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에선 성소수자의 입대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는 미군의 1%가 넘는 1만5천명 이상을 성전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김민제 노지원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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