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 비행기 출발 안내 전광판에 오전 10시 우한행 비행기에 결항 표시가 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 교민들의 철수를 위해 이날 오전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 운항 시간은 중국 쪽의 허가 지연으로 돌연 변경됐다. 인천공항/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로 꼽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발이 묶인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30일 출발 예정이던 전세기 운항이 돌연 지연되자, 전세기 탑승을 위해 집결지와 공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던 교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주우한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간) 긴급공지를 띄워 “중국 쪽의 허가 지연으로 30일 목요일 임시 비행편 탑승을 위해 오전 10시 45분까지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공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늘 중 전세기 1편으로 350∼360여명의 교민을 데려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이날에만 전세기 2대를 투입해 교민 720명을 귀국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전세기가 1대로 줄고 운항 시간도 지연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가 봉쇄되고 대중교통도 마비된 상태에서 전세기 탑승을 위해 분주히 공항과 집결지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던 교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몇몇 교민들은 이날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해 비축한 식량을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줬다며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우한과 우한 주변 지역 교민들이 모인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영사관 관계자가 전세기 운항 지연과 관련 공지글을 올리자 교민들은 “전세기가 연기된 이유라도 알고 싶다”, “슬슬 지쳐간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본 귀국자 2명 폐렴, 이 소식 때문에 전면 비행허가가 중단된 거냐”라거나 “코로나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진다”, “30일에도 안 보내는 것 아니냐”와 같은 반응도 있었다.
한 교민이 “(귀국하기 위해) 남은 식량도 다 나눠준 상태인데 참”이라고 말하며 막막해하자 다른 교민들도 “식량 네 박스를 옆집에 다 나눠줬는데…일단 기다려보겠다”, “저도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을 빼고 다 버렸다”고 털어놓으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아직 더 기다려보자”거나 “취소 아니고 변경 아니냐. 다른 공지가 나오지 않겠나”며 유보적인 반응도 있었다.
중수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 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브리핑을 열어 “중국이 전세기 1편을 승인할 예정이고 아직 확정적으로 통보받은 상황은 아니다. 통보받는 즉시 중국과 합의한 시간에 비행기가 뜰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운항을 준비 중인 전세기는 404명가량 탑승이 가능한 B747 기종으로, 귀국을 신청한 교민 72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탑승할 예정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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