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전남 남원의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관찰된 북방산개구리의 알덩어리. 국립공원공단 제공
올겨울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북방개구리’의 첫 산란시기가 한 달 가까이 앞당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입춘인 오는 4일부터 되레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개구리의 개체 수 급감이 우려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2일 전북 남원의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 사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2월19일)보다 27일 빠른 지난달 23일 첫 산란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살피기 위해 2010년부터 구룡계곡의 북방산개구리 산란시기를 기록하고 있다. 관측을 시작한 이래 1월에 산란이 확인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0년 전인 2010년 구룡계곡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은 올해보다 30일 늦은 2월22일이었다. 올해 월출산 도갑사에서는 지난해보다 6일 이른 지난달 21일, 무등산 장불재에서는 지난해보다 37일 빠른 지난달 24일 첫 산란이 확인됐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가 개구리의 산란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평균 기온은 2.8℃ 평년(1.5℃)보다 1℃ 이상 높았다. 2009년 경우 12월 평균기온이 영하 1.25℃로 지난해보다 3℃ 이상 낮았다.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대마도에 분포하는 북방산개구리는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다. 보통 날이 풀리는 2∼4월 산란하는데, 암컷 1마리가 1년에 1개의 알덩이만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개구리의 알덩어리를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관찰 할 수 있어 기후변화 등 생태환경 조사에 많이 활용되는 동물이다.
국립공원연구원 관계자는 “지리산 구룡계곡의 북방개구리 산란시기를 지난 10년 동안 관찰한 결과 이 개구리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겨울철 평균기온이 오르면 산란일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날씨가 따뜻해 일찍 산란했다가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 알덩이나 개구리 모두 얼어 죽을 확률이 높은데, 오는 4일부터 기온이 영하권 아래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여 개구리의 개체 수가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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