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교정시설 안에서의 징벌기간 상한선 마련 등을 주문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법무부에 수용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교정시설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법무부는 15개의 인권위 권고사항 중 기동순찰팀 명찰 착용, 교정시설 내 보호장비 사용 최소화 등 6개 항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교정시설 내 조사와 징벌 절차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사 수용 관련 부분 8개, 징벌처분과 관련된 부분 7개 항목을 법무부에 권고했으나 법무부가 끝내 6개 권고사항에 대하여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사, 징벌 및 보호장비 사용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전향적인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앞서 2018년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전국 10개 교정시설을 방문조사해 74명의 수용자들을 면접하며 권리 침해 여부 등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연속 15일을 넘긴 독방 격리 수용 등 장기징벌이 41~60%에 이를 정도로 교정시설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엔 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43조1항은 ‘장기(연속 15일 초과) 독방격리수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선 연속 징벌도 이뤄지고 있었다.
인권위는 또 △기동순찰팀이 강제로 힘을 쓰는 과정에서 그럴 만한 비례성이 있는지 △보호장비가 자해의 방지 등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징벌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교도관들이 징벌대상 수용자의 징벌위원회 불참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을 제기할만한 사정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수갑 등 보호장비 착용과 관련해 일부 구치소와 교도소의 수용자들은 보호장비를 찬 채로 배변을 하며 느끼는 모멸감 등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장비를 찬 채로 밤에 용변을 보고 그것도 즉시 벗어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없어 대소변이 묻은 채로 밤을 새워 씻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수용자들의 호소였다. 인권위는 “적어도 수면시간에는 보호장비를 해제하거나 최소한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 가운데 법무부는 기동순찰팀 대원들의 명찰 패용 등 권고는 수용자로부터 협박, 진정, 고소고발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징벌위원회를 구성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징벌) 심의, 외부위원 위촉 한계 등”의 이유를 들어
불수용했다. 징벌 기간의 상한선을 마련하고 연속 징벌 부과를 제한하라는 권고에 대해선 “금치의 연속 집행만으로는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금치기간 중 소란행위 등 계속하여 규율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다른 조치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답변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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