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설치된 페트병 분리수거함. 환경부 제공
이달부터 서울·부산 등 6개 지역에선 투명(무색) 폐페트병을 따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 판매업체가 폐페트병을 도로 가져가는 ‘역회수’도 한다. ‘플리스(후리스)’ 등의 의류 원료로 쓰기 위해 일본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을 대체하기 위함이다.
환경부는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부산, 충남 천안, 경남 김해, 제주, 서귀포 등은 이달 초부터 별도 배출을 시작했고, 서울의 경우 노원·도봉·성북구 등에서 먼저 시작해 준비 여건에 따라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무색 페트병만 분리하는 수거함을 따로 설치하고, 단독주택은 폐페트병만 담아서 배출하는 투명 봉투를 배부한다.
6개 지역 모두 공동주택은 아무 때나 설치된 별도 수거함에 무색 페트병을 버리면 되지만, 단독주택의 배출일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 지역 단독주택 경우 지금까지 매일이나 주 2∼3회 품목에 상관없이 재활용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시범사업 기간인 연말까지는 목요일에만 페트병과 비닐을 배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부산은 12개 자치구별로 설정된 기존의 페트병 배출 요일에 무색 페트병만 분리해 버리고, 다른 유색 페트병 등 플라스틱류는 다른 요일에 배출한다. 천안은 모든 재활용쓰레기를 품목에 상관 없이 매일 수거했으나 앞으로 무색 페트병은 목요일에만 배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김해는 기존 주 1회 수거일에 무색 페트병만 따로 분리해 배출하면 되고 제주·서귀포는 거점 수거시설에 설치한 페트병 배출함에 무색 페트병만 버리는 식이다.
민간업계 유통망을 활용한 ‘폐페트병 역회수’도 이뤄진다. 환경부는 스파클, 한국청정음료, 동천수, 산수음료 등과 함께 깨끗한 폐페트병을 자체 유통망으로 역회수하는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이달 중에 체결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배송주문 때 ‘페트병 회수’를 미리 요청하면 신제품 배송과 함께 문 앞에 내어놓은 폐페트병을 판매업체가 다시 가져가는 식이다. 역회수량은 달마다 10~30t에 달할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무색 페트병은 주로 의류용 섬유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대표적인 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폴리에스터 소재의 플리스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폐페트병은 배출·회수 과정에서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재생원료로 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재생섬유를 생산하기 위해 연간 2.2만t의 버려진 페트병을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왔다. 무색 페트병을 배출 단계부터 따로 분리하는 경우 2022년까지 연간 약 10만t의 재생원료를 별도의 수입 없이 얻을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정착되면 폐페트병 수입을 점진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