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의 남편 ㄴ씨는 2018년 5월16일 음주운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ㄴ씨는 이틀 뒤 새벽 술을 마신 채 지구대에 찾아가 기물을 파손했고, 곧 다시 체포돼 형사 호송차량을 타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인계됐다. 같은 달 21일 ㄴ씨는 “이송되던 중 경찰관들이 옷을 모두 벗기고 뒤로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머리와 무릎을 밟아 처벌을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ㄱ씨는 남편 ㄴ씨의 유서 내용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ㄴ씨를 호송한 차량 블랙박스는 차량의 내부를 찍지 않고 차량 전면과 후면만 촬영했고, 저장 기간이 지나 외부를 촬영한 영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ㄴ씨를 이송할 당시 폭행 여부 확인이 불가능했다. 인권위는 이에 경찰청 운용차량 내 영상녹화 장비 운영 관리 현황을 조사했다. 경찰 호송차량 내부는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신체의 자유제한이 이뤄지는 장소로 영상녹화장비를 설치하지 않거나 영상을 적절한 기간 보유하지 않으면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경찰청 운용차량 내부에서 폭행, 폭언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접수된 인권위 진정은 모두 47건이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경찰 호송차량에 설치된 영상녹화기기가 영상을 30일 동안 보유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각 지방경찰청에서 마련한 영상정보 처리 기간은 기기의 사양에 대한 고려 없이 1일~30일 이내로 규정이 들쭉날쭉한 사실을 확인됐다. 아울러 일부 호송차량에는 차량 내부를 촬영하는 장비도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청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규칙’에선 수집한 정보 영상을 30일간 보유하도록 규정했고, 30일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보유 기간을 별도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장기적으로 영상정보 보유 기간을 30일 수준까지 확보해 호송차량 내 탑승자 보호, 차량 내 상황의 증거 기록 확보 등을 위해 단계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경찰청에서 운용하는 차량 내 영상녹화장비의 영상정보 보유 기간이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 단계적으로 보유 기간 개선 계획을 수립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ㄱ씨의 진정에 대해서는 △호송차량 내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경찰서 내 시시티브이(CCTV) 영상에서도 폭행 장면이 없는 점 △ㄴ씨의 직장 동료나 ㄴ씨와 함께 유치장 생활을 했던 유치인도 폭행 사실에 대해 들은 바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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