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보건소에 비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 연합뉴스
일본과 타이, 싱가포르 등 중국 외 제3국을 다녀와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들이 늘면서, 정부가 감염병 환자가 다수 발생한 동남아 국가로의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후베이성 외 중국 내 다른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 제한을 검토했다가 현행 유지 쪽으로 급선회했다. 정부는 9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대응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유입되는 환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국가나 지역에 대한 감염병 정보를 제공하고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 관광 목적의 여행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여행 자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과 타이, 싱가포르 등 중국 외 제3국을 다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내 확진환자가 늘고 있는 데 따른 조처다. 다만 이런 권고가 외교부의 4단계 여행경보(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조처는 아니다.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받아보는 관련 국가의 여행 이력 정보 제공도 강화된다. 향후 의료기관과 약국은 수진자자격조회시스템, 해외여행이력정보시스템(ITS),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을 통해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를 다녀온 이들의 여행력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11일 싱가포르·타이·베트남을 시작으로 13일 일본·홍콩, 17일에는 대만·말레이시아·마카오로 확대된다.
정부는 우한 교민을 데려오기 위한 세번째 임시항공편(전세기) 투입도 이날 전격 발표했다. 애초 1·2차 임시항공편 운영 당시 중국 당국은 한국 교민의 가족이더라도 중국 국적자는 출국할 수 없도록 했다가 5일 방침을 바꿨다. 현재 우한 현지에 남아 있는 한국 교민과 그 가족 등은 23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전세기 탑승 수요 조사 결과 100여명이 신청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 내 다른 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제한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로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내 다른 위험지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회의 결과 발표 때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이웃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입국제한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지난 2일 1만3천명에서 8일 5200명으로 약 60%가 감소했다”며 “(회의 참가자 다수 의견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지는 조금 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원래 하루 3만여명에 달했지만 검역 강화와 특별입국절차 시행으로 인해 계속 줄고 있다. 박 장관은 “(입국제한 조치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중국 현지에서 입국을 요청했으나 후베이성에서 발급한 여권을 소지하는 등의 이유로 입국이 차단된 사례는 499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광둥성에 다녀온 51살 한국인 남성과 37살 중국인 여성, 이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73·한국인)가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확진환자는 모두 27명으로 늘었다.
노지원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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